재건축에 비해 규제 숨통이 트인 편이었던 재개발도 정부와 지자체의 임대주택 늘리기 정책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정부가 재개발을 추진할 때 의무적으로 지어야 하는 임대주택 비율을 최고 30%까지 높이기로 했지만 용적률 등 ‘인센티브’는 제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임대주택 비율 증가는 자연히 일반분양 감소로 이어지며 재개발 사업성이 악화된다. 때문에 주민들이 사업을 뒤엎거나 지연하는 결과가 발생하며 오히려 주택 공급을 줄일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5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2019년 주거종합계획’을 발표하며 서울과 수도권 지역 재개발사업의 임대주택 의무비율 상한선을 최고 30%까지 높이기로 했다.
현 ‘도시·주거환경정비법’ 시행령에 따르면 재개발사업의 임대주택 의무비율은 △서울 10∼15% △경기·인천 5∼15% △지방 5∼12%로 정해져있다. 정부는 시행령을 고쳐 △서울 10∼20% △경기·인천 5∼20% △지방 5∼12%로 상향 조정하고, 지자체 재량에 따른 추가 부과 범위도 5%포인트에서 10%포인트로 높일 예정이다. 이에 서울 등 수도권 재개발 사업은 임대주택 비율을 최고 30%까지 늘려야 하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재개발 사업을 추진할 때 의무적으로 짓는 임대주택은 정부가 원가 수준에서 매매함에 따라 자연히 사업성도 악화된다”며 “수익성이 줄어들면 주민들도 이해관계가 달라질 수 있는 부분이어서 잘 진행되던 사업도 엎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시행령 개정 후 임대주택 비율 증가는 올 하반기부터 적용될 전망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아직 사업시행인가를 받지 못한 재개발 구역이 적용 대상이 되는데, 한남뉴타운(2·4·5구역)과 흑석뉴타운(11구역), 미아뉴타운(2·3구역) 등 모두 36개 구역이 의무비율 증가를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정비사업 일몰제가 추진됨에 따라 지연되는 재개발 사업지들은 구역해제 수순을 밟을 가능성도 커졌다. 당장 내년 3월까지 조합을 설립하지 못할 경우 구역해제 대상이 되는 서울 재개발 사업지는 15곳에 이른다. 또 이때부터 정비구역 지정 이후 2년 내 추진위를 설립하지 못하거나, 추진위 설립 이후 2년 내 조합을 설립 못하면 구역해제 수순을 밟게 된다.
정부가 임대주택을 늘리려 재개발 사업성을 악화시키다가 당초 바라던 주택 공급에 역행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정부의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강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등이 현실되면서 지난해 서울 연간주택 인허가 물량은 6만5751호로 전년(11만3131호) 대비 41.9% 줄어든 상황이다.
주용남 도시와경제 소장은 “이번 정책은 정부와 서울시에서 담당해야 할 임대주택 공급 부담을 재개발조합에 전가하는 처사다”며 “임대주택 공급을 늘린다는 ‘행정적인 목표’ 가 시장의 신규 주택공급 총량 감소를 유발해 서민 주거안정에 역행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임대주택 의무비율 상한으로 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해선 그에 걸맞게 임대주택 공공매입에 대한 토지와 건축비 보상을 현실화해 정비사업 주민의 반대를 줄여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