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위 10대 제약사 여직원 비중 25%...일동제약이 30% 넘어 여직원 비율 '최고'
국내 주요 제약사에서 일하는 직원 4명 중 3명은 남성으로 나타났다. 남성이 여성보다 더 많은 일자리에서 더 많은 연봉을 받는 고용 불균형을 깨기 위한 제약업계의 꾸준한 노력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25일 매출액 기준 상위 10대 제약사의 2018년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연말 기준 전체 직원 가운데 여성 직원의 비중은 평균 25.4%로 집계됐다.
여성 직원의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은 일동제약으로, 전체 직원 1401명 중 32.5%에 달하는 455명이 여성으로 나타났다. 10대 제약사 가운데 여성을 전체 인원의 30% 이상 고용한 곳은 일동제약이 유일하다. 특히 일동제약은 근속기간에서도 10대 제약사 중 유일하게 여성(11년)이 남성(10.4년)을 앞질렀다.
이어 종근당(29.0%)과 한미약품(28.4%), 대웅제약(28.2%), 동아에스티(27.3%)의 여성 고용률이 높았다. 다음으로는 유한양행(24.0%), 녹십자(22.4%), JW중외제약(22.0%), 제일약품(21.8%) 순이었다.
여성 직원의 비중이 가장 낮은 제약사는 광동제약이었다. 광동제약의 전체 993명 직원 중 여성은 182명으로 18.3%를 기록했다. 10대 제약사 중 여성을 20% 미만으로 고용한 곳은 광동제약뿐이다.
10대 제약사는 전년보다 남성 254명, 여성 144명을 각각 추가 고용했다. 그러나 전년보다 여성 직원의 비중이 늘어난 제약사는 유한양행과 녹십자, 광동제약, 종근당 4곳에 불과했다. 이 가운데 여성 직원 비중을 가장 많이 늘린 곳은 종근당으로, 539명에서 608명으로 증가했다. 한미약품과 동아에스티는 전년과 같은 비중을 보였다.
대웅제약은 10대 제약사 중 홀로 여성 직원 수가 감소했다. 2017년 433명에서 2018년 393명으로 40명 줄었다. 같은 기간 남성 직원도 28명 줄어 전체 직원 수가 4.6% 축소됐다.
성별 간 임금 격차도 뚜렷했다. 10대 제약사의 남성 평균연봉은 6760만 원, 여성 평균연봉은 5100만 원으로 남성과 여성의 격차가 1660만 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7년(1640만 원)과 거의 동일한 수준이다.
임금 격차가 가장 큰 제약사는 업계 1위 유한양행으로 나타났다. 유한양행의 남성 직원은 평균 8300만 원의 연봉을 받는데 비해 여성의 연봉은 이보다 3100만 원이나 적은 5200만 원에 불과했다. 월급으로 따지면 여성은 남성보다 매달 258만 원(37.3%)을 적게 받는 셈이다.
유한양행의 남성 평균연봉은 10대 제약사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반면 여성 평균연봉은 일동제약(6100만 원), 한미약품(5800만 원), 대웅제약(5600만 원)에 이어 4번째에 그쳤다. 여성의 근속기간(8.3년)이 남성의 근속기간(12.1년)보다 4년 가까이 짧은 점이 평균연봉 격차에 영향을 미친 요인 중 하나로 분석된다.
광동제약은 유한양행 다음으로 높은 남녀간 임금 격차(2400만 원)를 기록했다. 남성 직원의 평균연봉은 7200만 원, 여성은 4800만 원이다. 이어 동아에스티(2300만 원), JW중외제약(1600만 원), 대웅제약(1400만 원), 제일약품(1300만 원), 종근당(1200만 원), 한미약품(1100만 원) 순으로 성별 임금 격차를 보였다. 전년보다 성별 임금 격차가 증가한 제약사는 광동제약, 종근당, 제일약품, 동아에스티, JW중외제약 5곳으로 나타났다.
10대 제약사 가운데 여성 평균연봉이 가장 높은 일동제약도 성별에 따른 임금 격차는 드러났다. 일동제약 남성 직원의 평균연봉은 7500만 원으로 여성보다 1400만 원 높았다.
성별 임금 격차가 가장 낮은 제약사는 녹십자였다. 녹십자의 남성 평균연봉은 5700만 원, 여성 평균연봉은 4900만 원으로 800만 원 차이가 났다. 10대 제약사 중 임금 격차가 1000만 원 이하인 회사는 녹십자 하나다.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KRPIA)에 따르면 국내 진출한 다국적 제약사의 여성 직원 비중은 약 45%에 달한다. 국내 제약사들이 남성의 선호도가 높은 영업 조직을 중심으로 성장하면서 고용 격차가 발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여성은 상대적으로 숫자가 적은 연구직이나 사무직, 임금이 낮은 생산직 쪽에 주로 포진해 있다. 또한, 여성이 출산과 육아 등으로 남성보다 먼저 회사를 떠나는 경우가 많아 구조적으로 높은 임금에 다다르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영업 환경이 변화하면서 최근 영업직에서도 여성이 조금씩 늘어나는 추세”라며 “여성들이 강점을 보이는 연구·개발(R&D)이 강화되고, 업계 전반적으로 여성 고용이 증가하면서 격차는 갈수록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