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조한 이용률은 숙제로
KDB산업은행이 은행권 공동인증서비스 ‘뱅크사인(Bank Sign)’을 뒤늦게 도입한다. 조만간 산업은행의 차세대 전산 작업이 마무리되면, 본격적으로 구축될 예정이다. 하지만 뱅크사인의 저조한 이용률 문제는 숙제로 남는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이달 7일부터 뱅크사인 인증 서비스를 실시한다. 지난해 말부터 뱅크사인 도입에 필요한 시스템 구축에 나섰다. 산은은 현재 진행 중인 차세대 전산 시스템 교체작업에 따라 뱅크사인 서비스 출시를 미뤄왔다. 혹시나 있을 전산상의 오류를 배제하기 위해서다. 산은 관계자는 “(뱅크사인) 도입은 예정돼 있었지만, 전산 시스템 구축 일정이 있어서 지난해 공동으로 참여하지는 않았다”라고 밝혔다.
뱅크사인은 은행권이 공동으로 도입한 인증서비스로 지난해 8월 출범했다. 기존의 공인인증서 방식의 로그인 체계가 번거롭고 보안이 떨어진다는 비판에 따른 것이다. 뱅크사인은 디지털 분산원장 기술인 블록체인을 통한 인증으로 보안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은행마다 제각각인 인증 방식을 통합하고, 인증서 갱신 주기도 3년으로 늘어나 고객 편의성을 높였다.
지난해 8월 시중은행을 비롯한 지방은행 등 은행권 모두가 참여했지만, 산은과 한국씨티은행, 카카오뱅크는 참여하지 않았다. 한국씨티은행은 사업 특성상 해외 본사의 결정 문제가 있고, 카뱅은 전산 시스템에 공동으로 참여했지만, 아직 시스템적으로 구축만 안 된 상황이다. 산은은 계획대로 차세대 전산망 작업 완료 후 진행을 예고한 바 있다.
다만 뱅크사인은 기존의 인증서 체계와 차이점이 없다는 비판에 직면하면서 이용률이 저조했다. 최근 이용 고객이 늘어나면서 4월 말 기준 사용자가 20만 명을 넘어섰지만, 아직 흥행이 성공했다고 보기는 어려운 수준이다.
뱅크사인의 이러한 이용률 저조 문제는 산은도 극복해야 할 숙제로 남았다. 서울에 거주하는 산업은행 일반고객 김정식(가명·31) 씨는 “지금 지문인식으로도 원활히 잘 사용 중이다. 뱅크사인이 도입되더라도 굳이 사용하지는 않을 계획”이라며 “기존 인증과의 차이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뱅크사인은 기존의 인증방식에 추가로 덧붙이는 구조기 때문에 시스템 보안에 필요한 고가의 장비를 새로 설치해야 한다”며 “비용 대비 효과를 보기 위해선 더 많은 고객이 사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이용자가 많고 적고도 중요하지만, 블록체인을 많은 은행들이 적용해서 서비스를 출시한 점이 더 중요하다”며 “이 기술이 활성화되면 앞으로 블록체인 혁신 기술이 활용될 수 있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