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 테르텐 대표
이스라엘은 작은 나라다. 2천 년 동안 나라 없이 떠돌다가 1948년 5월 우리가 광복을 맞은 것과 비슷한 시기에 건국했다. 면적은 충청도만 하고 인구도 860만 명이다. 그러나 지난 70여 년 동안 우리가 선진국 모방형 전략으로 세계 10대 경제대국으로 성장해 온 사이, 이스라엘은 노벨상 수상자의 약 3분의 1을 배출해 냈고 세계금융시장의 지배자가 되었으며 산업계, 학계, 과학계, 언론계 그리고 심지어 예술 분야를 좌지우지하는 최고 지도자들을 배출했다. 그들은 시작부터 레바논, 시리아, 요르단, 이집트에 둘러싸여 있는 지정학적 한계를 초월해 세계 중심에 서서 세계 최고가 되기 위한 방향을 설정했던 것 같다.
나의 지인 중에서는 와이즈만연구소의 모데카이 셰브스(Mordechai Sheves) 부총장이 있다. 와이즈만연구소는 이스라엘 초대 대통령인 하임 와이즈만이 1934년 설립했으며, 독일 막스플랑크, 프랑스 파스퇴르 등과 함께 세계 5대 기초과학 연구소로 꼽힌다. 또한 와이즈만 연구소는 1959년 설립한 기술이전 회사 ‘예다(YEDA)’를 통해 세계 73개사에 연구 결과를 수출하고 있다. 현재 예다의 기술이전으로 얻은 파생 매출만 280억 달러(약 32조 원)에 달하고, 로열티 수입만 연간 1000억 원이 넘는다.
모데카이 세브스가 나에게 어느 날 이렇게 물었다. 세계적으로 한국과 이스라엘의 교육열과 어머니들의 열성은 비슷한데 결과가 왜 차이가 나는지 아느냐고. 결과에 차이가 있다고 단정하고 묻는 말이었기에 몹시도 당황했었다. 그런 나를 향한 그의 답은 이러했다. 한국 엄마들은 아이들이 집에 오면 “오늘 뭘 배웠어?”라고 묻고, 이스라엘 엄마들은 “오늘 넌 어떤 질문을 했니?”라고 묻는다고. 그리고 그 질문은 “너 오늘 기존에 있던 것들 중 무엇을 네 것으로 흡수했니”와 “넌 오늘 어떤 의문을 갖고 어떤 새로운 생각들을 했냐”고 묻고 있는 거라고.
어쩌면 시작부터 방향성이 다른지도 모른다. 기존에 있던 무언가를 내 것으로 만드는 것을 향해 가는 교육을 받은 사람들과 세상을 선도할 새로운 무언가를 창조하는 것을 사명으로 교육받은 사람들은 그 결과가 다르지 않을까?
이스라엘 사업가들과 일을 하다 보면 가끔 당혹스러움에 빠진다. 그들이 하는 거짓말 때문이다. 한번은 이 건으로 토론이 벌어졌는데 그들은 그것을 거짓말이라고 전혀 인정하지 않았다. 좀 더 앞서서 그렇다고 얘기한 것일 뿐 자기들은 최선을 다해서 결과를 만들기 때문에 거짓말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런 그들과 계속 비즈니스를 하는 것은 그들 말대로 반드시 말한 것들을 결과로 만들기 때문이다.
선진국 추격 모델로 지난 70년의 역사를 만든 대한민국은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를 전후로 큰 시련을 겪고 있다. 더 이상 따라 해야 할 상대가 사라져 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무엇을 배웠어”가 아닌 “무슨 질문을 했어”를 준비해야 하지 않을까? 또한 당장은 거짓말로 느껴지는 그들의 적극성이 현실적 한계를 넘어 그들을 세계 최고로 만들어 낸 ‘후츠파(chutzpah, 히브리어로 뻔뻔한, 당돌한, 주제넘은 등의 뜻)’ 정신에서 나온 것은 아닌지 새로운 시선으로 보아야 하지는 않을까?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되었다. 판이 바뀌고 있고 세계 경제의 서열이 첨단 신기술과 이를 기반으로 한 기업들에 의해 재편되고 있다. 새로운 주도권을 쥘 주인공이 되기 위해서는 시선의 높이가 달라져야 하고 이를 위한 방향성이 달라져야 한다. 그래야 차원이 다른 지점에 설 수 있다. 그리고 그 해답을 출발선은 비슷했지만, 방향성이 달랐던, 그래서 70년이 지난 지금 다른 곳에 서 있는 이스라엘에서 그 답을 찾아보는 건 어떨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