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 보일러 기업인 귀뚜라미그룹이 여전히 일부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내부거래 금액이 매출의 100%에 육박할 정도로 비중이 극심한 상황이다.
50년 전통의 귀뚜라미그룹은 귀뚜라미를 비롯해 범양냉방, 신성엔지니어링, 나노켐, 센추리, 귀뚜라미냉동기계 등 계열사가 18개에 달한다. 이중 일감몰아주기로 지적된 대표적인 회사는 나노켐과 귀뚜라미홈시스다.
나노켐은 1991년에 설립된 보일러 관련 부품 회사다. 현재 기준으로 나노켐은 △귀뚜라미 52.81% △귀뚜라미 문화재단 23.35% △ 최진민 회장 외 3인 23.84%의 지분 구조를 갖고 있다.
올해 1월 기준 나노켐의 경영진은 최 회장의 부인인 김미혜 씨가 최 회장과 공동 대표이사로 있으며, 사내이사로는 최 회장의 장남이자 김중건 부국증권 회장의 사위인 최성환 전무가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나노켐은 지난해 513억 원의 매출 중 99.81%에 달하는 512억 원의 매출을 내부거래를 통해 올렸다. 2016년(471억 원 중 452억 원)과 2017년(469억 원 중 467억 원)도 내부거래율이 각각 95.97%, 99.57%로 줄곧 매출의 대부분을 귀뚜라미와의 거래를 통해 올리고 있다.
귀뚜라미홈시스도 내부거래가 높은 것은 마찬가지다. 귀뚜라미홈시스는 2010년 감사보고서를 끝으로 주주 구성을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당시 기준으로 △최진민 외 2인 61.96% △귀뚜라미문화재단 21.34% △귀뚜라미 16.70%의 지분을 갖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 3647만 원 중 33.62% 규모인 1226만 원을 내부거래를 통해 올렸다. 지난해는 다소 감소한 수치지만 2016년(8억 원 중 7억 원)과 2017년(1억1192만 원 중 8339만 원) 각각 내부거래율이 87.50%, 74.51%에 달했다.
나노켐과 귀뚜라미홈시스의 이익잉여금 규모 역시 주목할 대목이다. 나노켐은 2017년 2053억 원에서 지난해 2086억 원으로 이익잉여금 규모가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귀뚜라미홈시스도 2017년 2996억 원에서 3086억 원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이익잉여금의 증가는 높은 지분율을 갖고 있는 오너일가에게 떨어지는 배당 여력이 큰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귀뚜라미그룹 관계자는 “나노켐은 우수한 보일러 부품을 안정적으로 공급받기 위해 설립된 회사”라며 “높은 내부거래로만 주목받는 것은 안타깝다”고 말했다. 또 “나노켐은 현재 각방제어시스템, 가스감지기, 온수순환펌프 등 독자 상품을 개발해 귀뚜라미 외에 건설사 등 자체 유통망을 늘리는데 주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