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에 인수합병되는 대우조선해양이 결국 회계처리 문제로 지금의 상황에 처해졌다는 진단이 나왔다.
한국공인회계사회는 9일 오후 서울 여의도동 중식당에서 기자세미나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최중경 한공회 회장은 대우조선 사태를 언급했다.
최 회장은 “회계사들이 개별 기업에 가서 상대할 때는 마이크로로 보이지만 빌딩 블록이 다 모이면 거시경제 통계가 된다”며 “회계 투명성이 잘못되면 안 된다. 극단적으로 측정이 잘못돼 경제가 위축되는데 긴축정책을 편다든지, 반대로 경제가 팽창하는데 확장정책을 쓰는 오류를 범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 구조조정의 적절한 타이밍도 회계장부에서 나온다”면서 “대우조선 사태를 보면 조선산업을 빅3가 좌지우지하는데 그 기업들의 재무제표를 보면 조선산업을 볼 수 있다. 매출과 영업이익을 보면 문제를 알 수 있고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 상대적 위치가 어떤지, 변화가 필요한지 알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대우조선의 경우 회계가 정확히 나왔다면 5년 전 즈음에는 뭔가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며 “5년이 지나며 곪아서 산업은행 돈이 투입됐고, 결국 그 돈은 정부 지원이고 혈세가 낭비된 것이다. 구조조정의 적절한 타이밍은 회계장부에서 나온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모뉴엘 사태도 언급했다.
그는 “모뉴엘은 제품도 공장도 없는 실체가 없는 곳인데 수출입은행을 비롯해 지원을 엄청나게 받았다”면서 “그 많은 돈이 어디 갔는지 모른다. 사장은 몇 년 실형을 살고 나오면 그 돈이 다 자기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언론들도 당시 ‘빌 게이츠가 극찬한 기업’이라고 보도하며 다 속았다”면서 “모뉴엘에 간 돈이 유망한 스타트업에 100억 원씩만 갔으면 지금 좋은 기업이 몇 개는 나왔을 것”이라고 한탄했다.
최 회장은 “그만큼 우리는 경제성장 기회와 일자리창출 기회를 잃었다”면서 “회계가 투명하고 정확하면 거시경제 통계와 자원배분, 구조조정이 원활해져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을 이루게 된다”고 역설했다.
그는 “이를 위해 회계 개혁은 절대 양보할 수 없다”며 “민간 부문은 제도적으로 완성단계에 가고 있고 공공과 비영리 부문은 아직 미흡한데 법제도가 정비되면 강대국으로 가게 될 것”이라고 희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