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가정법원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총 3915건의 상속포기와 4313건의 한정승인이 있었다고 한다. 상속포기, 한정승인 모두 역대 최고치다. 2009년에 상속포기가 2515건, 한정승인이 2590건 있었는데, 10년 정도 만에 상속포기, 한정승인 모두 50% 이상 늘어났다. 상속포기, 한정승인을 한다는 것은 물려받은 재산보다 빚이 많다는 것인데, 최근 좋지 않은 경제 상황을 반영하는 듯하여 안타까운 마음이다.
상속이 일어나면 상속인은 어떤 태도를 취할 것인지 세 가지 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 상속인은 아무런 조건 없이 부모님이 남긴 재산과 빚을 모두 상속할 수 있다. 이를 ‘단순승인’이라고 한다. 부모님으로부터 받은 재산 범위 내에서만 부모님의 빚을 갚겠다고 할 수도 있는데, 이를 ‘한정승인’이라고 한다. 부모님으로부터 상속을 받지 않겠다고 할 수도 있는데, ‘상속포기’라고 한다.
부모님이 남긴 재산보다 빚이 많을 경우에는 ‘단순승인’을 하면 안 되고, ‘한정승인’이나 ‘상속포기’를 해야 한다. ‘한정승인’이나 ‘상속포기’를 하려면 부모님이 돌아가신 때부터 3개월 이내에 법원에 신고해야 한다. 이 기간 내에 신고하지 않으면 ‘단순승인’ 한 것이 된다. 이 기간을 놓친 경우 한 가지 구제 방법이 있는데, 부모님의 빚이 남겨주신 재산보다 많다는 것을 몰랐다고 주장하면서 ‘한정승인’을 할 수 있다. 이를 ‘특별한정승인’이라고 한다. ‘특별한정승인’은 부모님의 빚이 남겨주신 재산보다 많다는 것을 안 날로부터 3개월 이내에 해야 한다. 중대한 실수로 부모님의 빚이 남겨주신 재산보다 많다는 것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면 ‘특별한정승인’을 할 수 없다.
부모님이 돌아가셨다면 늦어도 돌아가신 때부터 2개월 내에는 부모님이 남긴 재산, 빚이 어떻게 되는지 파악해야 한다. 그래야 남은 한 달 동안 ‘한정승인’이나 ‘상속포기’를 할 것인지 결정하고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 부모님의 재산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면 정부에서 제공하는 ‘안심상속 원스톱 서비스’를 통해 파악할 수 있다. ‘안심상속 원스톱 서비스’를 통해 부모님의 부동산, 예금, 연금, 세금 체납액 등 대부분의 재산 내역 등을 확인할 수 있는데 인터넷으로도 신청할 수 있다.
‘한정승인’이나 ‘상속포기’를 해야 한다면 법률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한정승인’, ‘상속포기’ 중 어떤 것을 할 것인지, 여러 상속인 중 누가 ‘한정승인’을 하고, 누가 ‘상속포기’를 할 것인지 전문가가 아니라면 쉽게 판단하기 어려울 수 있다. ‘한정승인’을 한 다음에는 법에 정해진 절차에 따라 부모님의 빚을 갚아야 하는데, 감안해야 할 것들이 많다. 빚을 잘못 갚으면 손해배상을 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한정승인’이나 ‘상속포기’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 ‘한정승인’이나 ‘상속포기’가 무효로 되는 경우도 있다. 비용이 부담된다면 무료법률상담을 해주는 곳에서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한정승인’을 하게 되면 상속인은 민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부모님의 빚을 갚으면 된다. 만일 부모님이 남긴 빚이 많고, 채권자들이 많은 경우, 누구에게 먼저 빚을 갚아야 하는지 알기 어려운 경우라면 ‘상속재산파산’ 절차도 고려해볼 만하다. ‘한정승인’을 하게 되면 상속인이 알아서 변제를 하게 되지만, ‘상속재산파산’ 절차를 이용하면 회생법원을 통해 변제를 하게 된다. 다소 시간이 오래 걸리고 번거로운 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빚을 잘못 갚아 손해배상을 져야 할 상황을 피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