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연기금·국부펀드 등 후보군
‘한국인 공동대표’ 칼라일과 협력 전망
UBS, 특수목적법인 참여 가능성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서울 삼성동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개발사업에 참여할 투자파트너로 어디를 택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올 초 국토교통부 수도권정비위원회 심의를 통과한 현대차그룹 신사옥 GBC는 22일 서울시가 부지 특별계획구역 세부개발계획을 수정 가결했다. 개발부지 지구단위계획 변경 절차가 마무리되면서 하반기 착공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그룹의 가장 큰 숙원사업인 GBC 사업이 4년간 표류 끝에 본격화되는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GBC 건설을 위한 부지 매입비(10조5500억 원)를 제외하고 필요한 개발비(3조7000억 원) 가운데 절반을 외부 투자자의 자금으로 충당할 방침이다.
정 부회장은 22일 글로벌 주요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인 칼라일그룹이 한국에서 최초로 주최한 콘퍼런스에 참석, GBC 개발과 관련해 투자자 확보와 그들과의 적극적인 소통 의지를 보였다.
그는 “현대차그룹은 핵심 사업인 자동차 분야에 주력해야 하기 때문에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해 관심을 가진 많은 투자자를 확보하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좋은 투자자들을 유치해 공동개발 하고, 수익을 창출해 현대차그룹 핵심사업에 재투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정 부회장의 GBC 투자 유치 행보가 시작된 것이다. 투자 후보군으로는 △해외 연기금 △국부펀드 △글로벌 투자펀드 △국내 유수 기업 등이 꼽히는 가운데, 현재 국내외 다수 투자자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칼라일그룹이 강력한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정 부회장이 칼라일그룹이 주최하는 콘퍼런스에서 투자를 독려했으며, 이 자리에 칼라일이 운용하는 펀드에 출자한 기관투자가(LP)들이 대거 참석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세계 3대 PEF 운용사 중 한 곳인 칼라일그룹의 공동대표(CEO) 중 한 명이 한국인 이규성 대표이며 KKR, 블랙스톤그룹 등 나머지 2대 운용사의 CXO(최고 경험 관리자) 역시 한국계다. 업계에서는 현대자동차 역시 향후 그룹 지배구조는 물론 회사 인수합병(M&A) 컨설팅을 의뢰하는 등 칼라일의 고객이 되면 상부상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3월 현대차 신임 사외이사로 윤치원 UBS그룹 자산관리부문 부회장이 선임되면서 스위스 투자은행인 UBS가 SPC에 참여할 가능성도 있다는 추측이 나온다.
아울러 해외연기금 중 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 캐나다연금, 온타리오교직원연금 3곳 중 한 곳이 관심을 보일 수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이들은 3월 현대차 주주총회 안건으로 올라왔던 ‘윤치원 UBS 부회장 사외이사 선임’건에 대해 적극 찬성했으며, 특히 온타리오교직원연금은 “현대차 경영진이 제안한 이사들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GBC는 현대차그룹이 연구개발(R&D) 역량 강화를 위해 짓는 대규모 신사옥 건립 프로젝트로 축구장 11배에 달하는 부지(7만9342㎡)에 105층 규모의 빌딩이 들어선다. 현대차 등 주요 계열사 15개사와 직원 1만여 명을 수용할 수 있다. 특히 105층 빌딩의 경우 지하까지 합하면 총 112층에 달하며 높이(569m)는 롯데월드타워(555m)보다도 높다.
한편 정 부회장은 이번 콘퍼런스에서 이규성 칼라일 대표와의 단독대담을 통해 ‘고객가치 최우선 경영방침’을 밝혔다.
그는 “고객 중심으로의 회귀와 고객 니즈 변화에 선제적 대응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 부회장에게는 미래 성장을 위한 현대차그룹의 전략적 우선순위가 ‘고객’이라는 의미다. 그는 다양한 고객들의 니즈, 기대감을 예상하고 고객의 니즈에 앞서 해결책을 신속하게 제시할 수 있도록 제품과 서비스의 혁신을 다채롭게 추진하는 비즈니스 구조를 재차 역설했다.
자율주행, 전장화 등 미래차 혁신기술에 대한 선도 의지도 피력했다. 특히 그는 “자율주행 기술 고도화를 위해 실리콘 밸리의 팔로알토 같은 교통 여건이 좋은 환경뿐 아니라 불확실성이 높고 다양한 상황을 경험할 수 있는 상황에서의 테스트를 확대할 생각”이라고 전했다.
그룹의 변화와 혁신을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한 유연한 기업문화 정착과 조직문화 혁신도 힘주어 강조했다. 정 부회장은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님의 리더십은 직원들을 독려하고 전 직원이 일사불란하게 따르도록 하는 강력한 리더십이었다”면서 “지금은 직원들과 같이 논의하고, 서로 아이디어를 나누려고 한다. 속도는 느릴 수 있지만 함께 더 좋은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