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돈’으로 ‘시간’을 사는 전략이다. 자체 기술 개발만으론 발 빠른 혁신이 어렵다는 판단에서 기술력을 갖춘 기업을 사거나 손을 잡는 사례가 빈번해지고 있다.
재계에선 삼성전자가 향후 인수 합병할 업체가 어느 곳일지 주목하고 있다.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미국 반도체기업 AMD와 전략적 제휴를 발표하는 등 글로벌 기업과의 협업 및 인수합병(M&A)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전자는 시스템반도체 관련 해외기업에 가장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30년 파운드리 등 시스템반도체 1위를 목표로 내세웠고, 이재용 부회장은 최근 사장단 회의를 소집해 이 분야 투자를 늦추지 말라고 당부했다.
업계에선 시스템반도체 제품 포트폴리오가 겹치지 않고 잠재적으로 파운드리 영역까지 확장 가능한 업체들이 주로 타깃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구체적으로는 미국 ‘자일링스’와 독일 ‘인피니언’ 등이 잠재적인 M&A 후보로 거론된다.
두 회사 모두 시가총액은 20조~30조 원 규모다. 삼성전자 1분기 말 기준 유동 가능한 자금은 90조 원을 넘는다.
자일링스는 프로그래머블반도체(FPGA) 부문 세계 1위 기업이다. FPGA는 일반 반도체와 달리 회로를 다시 새겨 넣을 수 있다. 사용자의 필요에 따라 기능을 바꿀 수 있다 보니 인공지능(AI) 환경에 적합하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자일링스 FPGA에 기반해 데이터 저장 효율성을 높인 스마트 SSD를 개발하기도 했다. FPGA는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 데이터센터에 채택되면서 속도를 끌어올리고 있다.
인텔의 경우, FPGA 2위 업체 알테라를 인수해 데이터센터용 서버칩 시장의 강자로 떠올랐다.
독일 인피니언은 차량용 반도체 부문에서 2위 권 기업이다. 이 부분 1위는 삼성전자 인수설이 나돌았던 네덜란드 NXP다. 삼성전자는 지난 3월 NXP 인수를 위한 검토를 진행한 사실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물론 삼성전자의 해외 기업 M&A에 걸림돌도 있다. 최근 이어지고 있는 그룹 수사다. 재계 관계자는 “최순실 관련 대법원 재판과 삼성바이오로직스 관련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당장 대형 M&A를 하긴 쉽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