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항공업계 사업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대형항공사(FSC)와 저비용항공사(LCC)간 경계는 허물어지고 있다. 신규 면허를 발급 받은 LCC 사업자들은 준비 작업에 한창이다. 국내 사업자간의 경계가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외국항공사의 국내 진입도 이어지고 있다. 항공업계에서는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도태되는’ 적자생존의 시대가 시작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17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최근 FSC와 LCC는 생존을 위해 서로의 장점을 벤치마킹(bench-marking)하고 있다. 양질의 서비스와 편의성을 앞세웠던 기존 FSC는 LCC의 생존 전략인 ‘실용성’을 업무 전반에 적용하고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동시에 진행하고 있는 군살빼기 작업으로는 ‘일등석 폐지’가 꼽힌다.
대한항공은 이달부터 국제선 27개 노선에서 일등석을 없앴다. 대한항공은 미주·유럽 등 노선에서는 일등석 유지하고 동남아 등 중·단거리 노선에서는 일등석을 없애는 전략을 썼다. 수요가 있고, 이익이 나는 곳에서만 일등석을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것이다. 아시아나항공은 2015년부터 일등석 줄이기 조치를 시작해 현재는 초대형 여객기인 A380 기종과 미국 뉴욕·로스앤젤레스·독일 프랑크푸르트등 3개 노선을 오가는 일부 기종에서만 일등석을 유지하고 있다.
LCC 전략을 모방한 ‘틈새시장’ 공략도 눈에 띈다. 아시아나항공은 다음달 1일부터 추가 운임을 받고 비상구 좌석을 판매한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기존의 경우 비상구 좌석을 지정해서 발권하는 것은 불가했다”며 “(비상구 좌석이 일반석보다) 비교적 자리가 넓어서, 장거리를 이용하는 손님들이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앞으로는 대형사도 LCC처럼 프로모션을 다양화하며 가격 경쟁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렇듯 FSC가 실용성 강화에 방점을 찍는 반면 LCC는 오히려 고객 편의성 증대에 집중하고 있다. 제주항공은 다음달 부산~싱가포르 노선 취항에 맞춰 뉴클래스(New Class)라는 새로운 형태의 좌석 서비스를 도입한다. 현재 189석으로 운영하고 있는 일부 항공기 좌석을 174석으로 조정해 좌석의 전후좌우 간격을 넓혀 프리미엄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신규 LCC 사업자들의 사업 준비 작업도 계속해서 진행되고 있다. 플라이강원은 앞서 4월 신규 LCC 3사(플라이강원·에어프레미아·에어로케이) 중 가장 먼저 국토부에 운항증명 발급을 신청했다. 플라이강원 관계자는 “8월말이나 9월초에 발급이 예정돼 있고, 10월 취항을 목표로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에어로케이는 8월 운항증명 신청을 위해 항공기 리스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 경영권 분쟁에 따라 내홍을 겪은 에어프레미아도 아시아나항공 출신 대표를 신규 선임하며 내부 분위기를 추스르고 있다.
외항사와의 경쟁도 심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표적으로 최근 한국과 핀란드의 항공협정에서 부산~헬싱키 항공 노선 신설이 결정됐다. 핀란드 국적사인 핀에어는 내년 3월부터 부산~헬싱키 노선을 주 3회 운영한다. 핀에어는 이미 인천~헬싱키 노선(주7회)을 확보하고 있는데, 이와 관련해 항공업계에서는 “국내 항공사들에게 불리한 협정”이라는 불만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