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어와 악어새 관계? 일탈 BJ '솜방망이' 징계하는 까닭은

입력 2019-06-20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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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플랫폼 사업자와 BJ는 이익 공유…규제도 함께 이뤄져야"

▲(왼쪽부터) BJ 감스트, 외질혜, 남순이는 합동 방송 중 특정 여성을 가리키며 성적 행위를 하는지 물어 논란을 일으켰다. (출처=아프리카TV 방송 캡처)

국내 최대 인터넷 방송 플랫폼 아프리카TV 소속 BJ들이 잇단 말실수로 논란을 일으키는 가운데 ‘솜방망이 처벌’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플랫폼 사업자를 규제해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18일 BJ 감스트‧남순‧외질혜는 합동 방송을 하면서 특정 여성을 보고 성적 행위를 하는지 물었다. 시청자와 누리꾼들이 반발하자 해당 발언에 대해 사과했다.

이어 19일에는 커맨더지코가 일반인을 비하 하는 발언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그는 출근길 시민을 보고 “출근하는 모습이 부럽습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출근길 시민이 사라지자, 시청자에게 속으로 비속어를 날렸다고 속내를 밝히면서 시민을 향해 “야, 내가 부럽겠냐?”라며 조롱했다.

아프리카TV는 논란을 일으킨 BJ들에게 징계를 내렸지만, 대중의 반응은 싸늘하다. 성희롱 발언을 한 3명에게는 3일, 커맨더지코에겐 7일간 ‘방송정지’를 처분했는데 수위가 너무 약하다는 것.

▲커맨더지코가 방송 중 출근길 시민을 비하해 물의를 빚었다. (출처=유튜브 캡처)

평소 아프리카TV를 즐겨본다는 황지훈(29) 씨는 “이 정도 징계는 휴가를 주는 것이나 다름없다”면서 “커맨더지코는 5‧18광주화민주화운동 폄하, 장애인을 비하해 사과도 했는데, 재차 이런 일이 발생하는걸 보니 플랫폼 사업자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대중의 공분에도 처벌수위가 약한 것은 BJ들이 받는 별풍선(유료 아이템)이 아프리카TV 수익과 직결되는 구조 탓이다. 별풍선은 1개당 100원으로, 이용자가 결제하면 BJ와 회사가 나눠 갖는다.

유신 클린UCC 대표는 “논란을 일으킨 BJ들은 별풍선을 많이 받는 사람들”이라면서 “망언과 비하를 일삼는 BJ를 솜방망이 처벌해 수익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려는 의도”라고 말했다. 아프리카TV는 별풍선 판매가 매출의 약 80%를 차지한다. 따라서 유명 BJ가 활동을 적게 할수록 매출도 줄어드는 구조인 셈이다.

별풍선 내역을 공개하는 별풍선닷넷에 따르면 6월 1일부터 20일까지 남순은 90만6773개를 받았다. 커맨더지코는 39만1939개, 감스트는 38만8959개로 각각 집계됐다. 세 사람의 별풍선을 금액으로 환산하면, 이들은 20여 일만에 총 1억6876만 원을 벌어 들인 것으로 추산된다.

‘시청자 이탈’도 아프리카TV가 처벌에 소극적인 이유다. 몇 년 새 유명 BJ들이 플랫폼을 옮기면서 199만 명(2016년)이던 모바일 시청자가 작년에는 125만 명으로 줄었다. 장기간 또는 영구 방송정지를 내리면 BJ들이 다른 플랫폼으로 옮길 가능성이 생기고, 이에 따라 시청자도 이탈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플랫폼 사업자에 규제를 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플랫폼 사업자를 규제함으로써 유해 콘텐츠를 예방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는 BJ가 물의를 일으키더라도 플랫폼 사업자는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는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BJ와 플랫폼 사업자는 이익을 공유하는 사이이기 때문에 규제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교수는 또 “BJ가 문제를 일으키면 플랫폼 사업자에게 벌금이라도 물려야 책임감을 느끼고, 사전 심의 및 자체 규제도 강화할 것”이라며 “플랫폼 사업자가 책임지는 법안이 마련돼야 할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아프리카TV 홍보실 관계자는 “징계에 관해서 방송정지 처분 외에 새로 나온 이야기는 없다”라며 “교육과 모니터링으로 1인 미디어 자정을 위해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이어 “경고 및 제재를 받은 BJ에게 별도의 교육을 받도록 해 유사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라고 강조했다.

#B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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