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컬리가 쏘아올린 새벽배송이 유통업계를 뒤흔들고 있다. 스타트업을 비롯한 신생 기업에서 유통 대기업에 맞설 카드로 시작된 새벽배송은 이제 대기업이 속속 뛰어드는 ‘핫한’ 시장으로 성장했다. 2015년 100억원에 불과하던 새벽배송 시장 규모는 지난해 4000억 원으로 성장했다. 롯데, 신세계 등 유통공룡이 새벽배송에 가세하면서 올해는 8000억 원까지 시장이 확대될 전망이다. 5년만에 80배 커진 셈이다. 이는 이커머스 시장의 연평균 성장률인 15%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2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마켓컬리, 헬로네이처로 대표되는 새벽배송 시장에 쿠팡, 롯데에 이어 신세계가 본격적으로 출사표를 던지며 새벽배송 ‘대혈투’가 시작됐다.
원조인 마켓컬리가 식자재 중심으로 새벽배송 시장을 선점했다면 이커머스와 유통 대기업은 ‘신선식품+α’로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롯데마트는 지난해 2월 서울 서초·강남·용산·송파 등 일부 지역에서 새벽배송을 도입한 후 서비스 지역을 확대 중이며 신세계는 지난해 5월 이마트가 ‘SSG배송 굿모닝’으로 새벽배송을 테스트한 이래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 ‘네오(NE.O)’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SSG닷컴이 27일부터 본격적으로 ‘새벽배송’에 나선다. 우선 한강에 인접한 강서ㆍ양천ㆍ용산ㆍ서초ㆍ강남구 등 서울지역 10개 구를 대상으로 먼저 새벽배송을 시작한 후 순차적으로 전국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배송 가능한 상품은 신선식품, 유기농 식재료, 밀키트 등 식품류는 물론 기저귀, 분유 등 육아용품에서 반려동물 사료까지 총 1만여 가지다. 현대백화점도 지난해 신선식품 중심의 새벽배송 ‘새벽식탁’을 론칭했다.
이용 고객이 급증하면서 기업들의 서비스도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다. 마켓컬리가 오후 11시까지 주문하면 익일 새벽 7시 전 배송을 내세웠다면 쿠팡은 자정 전 주문, 7시 전 배송으로 맞섰다. 아직 유통 대기업들은 평균 오후 10시 전후 주문시 7시 전 배송을 표방하고 있다. 새벽배송은 오전 7시 전 배송이 원칙이 된 만큼 업체마다 차별화 전략으로 주문시간을 더 늦추고 배송 품목을 확대하는 경쟁이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과열경쟁이 지속될 경우 수익성 악화를 우려한다. 실제로 마켓컬리는 설립 이후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2017년까지 누적 적자만 266억원에 달한다. 쿠팡 역시 올해 매출 10조를 바라볼만큼 성장했지만 연간 1조 원의 적자를 기록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새벽배송이 가능하려면 물류센터, 배송 차량, 배송 기사 등 물류인프라 구축이 필수”라며 “물류센터 구축에만 수백억~수천억을 쏟아부어야 하기 때문에 시장이 커지는 만큼 과열경쟁에 따른 적자기업의 양산을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