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산업 혁신전략에 '보건의료' 포함…서발법 쟁점에 대한 입장은 여전
정부가 지난달 26일 ‘서비스산업 혁신전략’ 발표를 계기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제정안(이하 서발법)’ 처리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양새다. 다만 구호뿐이다. 서발법의 최대 쟁점이었던 보건의료 포함 여부에 대해선 정부의 반대 입장도, 여야 갈등도 여전하다.
2011년 발의된 서발법은 2015년 처리 직전까지 갔다가 무산됐다. 당시 박근혜 대통령과 김무성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대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보건의료 부분을 제외하고 서발법을 처리하기로 합의했지만, 새누리당이 합의를 뒤집었다. 이에 민주당은 계속해서 보건의료 제외를 요구했다. 그렇게 서발법은 19대 국회 종료와 함께 폐기됐다.
20대 국회에서도 서발법이 재발의됐지만 상황은 변하지 않았다. 보건의료를 서비스산업에 포함하는 데 대한 시민단체의 반발이 거셌고, 민주당 내에서도 입장이 명확히 정리되지 않았다. 보건의료 주무부처인 복지부도 서발법과 ‘지역전략산업 육성을 위한 규제프리존의 지정과 운영에 관한 특별법(규제프리존법)’에 보건의료를 포함하는 문제에 일관되게 반대했다.
그런데 26일 발표된 ‘서비스산업 혁신전략’에 뜬금없이 보건의료 분야가 포함됐다. 복지부 고위관계자는 “보건의료 분야는 서비스 분야가 논의될 때 늘 함께 논의됐다”고 설명했다. 서비스산업 혁신전략은 서발법 처리를 전제로 한 대책이다. 4대 추진전략 중 서비스산업발전위원회를 설치하고 5개년 기본전략을 마련하는 거버넌스 체계화는 서발법이 제정돼야만 가능하다. 이런 대책에 보건의료 분야가 포함된 것은 정부의 전향적인 입장 변화로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포장지를 뜯어보니 달라진 건 없었다. 정부는 김정우 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서발법과 입장을 같이했다. 김 의원의 법안은 “‘의료법’, ‘약사법’, ‘국민건강보험법’, ‘국민건강증진법’에서 규정한 사항에 대해서는 이 법을 적용하지 아니한다”고 못 박았다. 보건의료를 포함하되 안전장치를 만든다든가, 보건의료 분야 중 공공성과 무관한 부분에 대해 제한적으로 법을 적용한다든가 하는 절충안은 없다. 그저 지난 8년간 입장을 되풀이한 수준이다.
이런 식이라면 서발법 처리는 앞으로도 어려울 것 같다. 여야만 바뀌었을 뿐 한쪽은 보건의료 포함을 요구하고, 다른 한쪽은 제외를 요구하는 지루한 줄다리기는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서발법 처리가 그토록 간절하다면 그만한 노력이 필요하다. 매일같이 야당 지도부를 찾아 설득하든가, 원칙을 지키는 수준에서 절충안을 내놓든가, 그도 아니라면 여론이라도 설득해야 한다. 아무것도 안 하면서 서발법 제정을 추진하겠다는 건 쇼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