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류 리베이트 쌍벌제가 무기한 연기되면서 주류업계간 갈등이 커질 전망이다.
국세청은 1일부터 주류 리베이트 쌍벌제를 골자로 한 ‘주류 거래질서 확립에 관한 명령위임 고시’ 개정안을 시행키로 했으나 시행을 며칠 남기지 않은 6월 말 돌연 ‘행정고시 유예’ 결정을 내렸다. 사실상 개정안의 무기한 연기를 선언한 것이다.
주류리베이트 쌍벌제 시행이 발표되자 업계는 제조사와 도매상, 소매점, 외식업체 등 각각의 이권을 두고 분열되는 양상을 보였다. 당장 소매점와 유흥음식점, 프랜차이즈업계는 리베이트 쌍벌제 반대 의사를 밝혔고 제조사와 도매상, 주류산업협회 등은 환영하는 입장으로 의견이 엇갈렸다.
30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리베이트 쌍벌제의 무기한 연기로 ‘자영업자의 상처뿐인 승리’라는 평가가 나온다. 리베이트 쌍벌제가 제조사와 도매상, 자영업자를 비롯한 소매상간 갈등으로 번지자 행정고시 유예가 마치 업계간 갈등의 승패로 귀결되는 분위기다.
그러나 업계에서 ‘상처뿐인 승리’로 평가하는 배경은 기울어진 관행을 바로잡는 것에 소비자를 비롯한 상당수가 긍정적으로 평가했기 때문이다. 제약사와 의료계간 리베이트 쌍벌제가 일찍부터 도입되면서 기존 리베이트에 따른 부작용을 산업 전반에서 근절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았다. 실제로 제약사 리베이트 쌍벌제 이후 일부 약가 인하로 이어지며 소비자 혜택이 커지기도 했다.
주류 리베이트는 소매상과 도매상에게 제조사가 판매장려금 명목으로 금품을 제공하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구매량이 적은 도소매상은 혜택에서 오히려 차별을 받는 경우가 허다했다. 프랜차이즈 역시 판매장려금을 ‘주류대출’이라는 이름으로 바꿔 창업자들에게 창업비용을 지원해오기도 했다. 이 리베이트가 만연하면서 현금 뿐만 아니라 변질된 거래도 빈번해졌다. 6개 들이 한 상자인 위스키를 주문량이 많은 업소에 7팩, 8팩이란 이름으로 1~2병 추가해 공급하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맥주나 소주는 2박스 주문 시 1박스를 무상으로 제공하기도 했다. 이는 결국 제조상의 수익 악화로 이어졌다. 1인당 주류 소비량이 매년 줄어드는 상황에서 과도한 리베이트로 적자에 허덕이는 주류 회사가 늘어났다. 지방소주 기업과 위스키 업체의 대부분은 적자에 허덕이면서도 점유율이 낮아질까 리베이트라는 달콤한 유혹을 뿌리치지 못했던 것도 사실이다. 도매상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도 부작용 중 하나다. 거래량이 대형 도매상들은 혜택이 늘어나면서 영업권역을 넓혀나갈 수 있었지만 중소규모 도매상들은 상대적으로 낮은 리베이트로 기존 영업지역을 수성하기도 버거웠다.
한 주류도매업자는 “대형 도매상이 1상자를 1만원에 공급받는다면 중소형 도매상은 1만2000원에 공급받는 꼴이다. 과거처럼 영업권역이 보호되지 않으면서 중소형 도매상 가운데 경영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늘었다”며 도매상들이 리베이트 쌍벌제를 찬성한 이유를 설명했다.
무기한 연기를 이끌어냈지만 리베이트 쌍벌제를 반대해온 이들도 안심하기는 이르다는 의견이 주를 이룬다.
주류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업계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한 후 주류 리베이트 쌍벌제 도입여부와 도입시기를 조율했어야 한다”며 “국세청이 1일 시행을 밝힌 후 상당수 소비자가 불공정한 관행으로 리베이트를 받아들이는 것이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반드시 도매상을 거쳐 유통하도록 하는 거래방식이 리베이트 관행을 만들어낸만큼 주류 도매 면허를 일정 기준을 충족한 프랜차이즈 본사 또는 기업형 외식업체가 가질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