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장우 국립수산과학원장
치남파는 습지와 얕은 호수의 진흙을 퍼내 주변의 물 높이보다 0.5m 이상 높은 인공 섬을 쌓아올리고, 그 위에 감자, 옥수수, 콩 등의 작물을 심는 농사법이다. 당시 강우량의 변동이 심해서 농사짓는 데 제약이 많았던 아즈텍 제국은 치남파 농사법으로 식량문제를 해결했다. 치남파의 토양에는 유기물과 칼슘, 칼륨 등의 영양분이 많고 병충해가 적어 생산성이 매우 높았다고 한다. 소부족이었던 아즈텍이 거대 제국으로 번영할 수 있었던 비결로 알려진 치남파는 높은 생산성은 물론 생물의 다양성 유지와 지속가능성 등의 장점이 주목받으며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오늘날 온난화, 이상기온 등 환경문제가 심각해짐에 따라 수산 분야에서는 친환경 양식업 육성이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국립수산과학원은 이러한 정부의 정책에 따라 암모니아 등 양식생물의 유해한 배설물을 수조 내에서 유익 미생물(바이오플락)로 분해해 유해한 배출수를 내보내지 않는 친환경 양식기술인 ‘바이오플락 양식기술’을 선보인 바 있다.
최근 개발 중인 ‘미래형 바이오플락 양식기술’은 바이오플락 양식기술과 아쿠아포닉스가 융합된 친환경 양식기술이다. 이 기술에서 주목할 점은 물고기의 배설물이 미생물에 의해 식물의 영양분이 되어 물고기와 농작물을 동시에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바이오플락 사육으로 축적된 아질산염과 질산염이 식물의 영양분으로 재활용되어 자연 정화작용에 기여하는 셈이다. 이러한 원리에 따라 식물이 지속해서 사육수를 정화함으로써 물고기가 더 좋은 환경에서 살 수 있게 되었으며, 그 결과 30% 이상 더 빠른 속도로 물고기를 키울 수 있게 되었다. 아울러, 미래형 바이오플락 양식기술에는 소비자가 걱정하는 유해 화학물질이 끼어들 틈이 없다. 이 시스템에서는 바이오플락에 의해 사육수가 식물의 비료 역할을 담당하므로 별도의 화학비료가 필요 없기 때문이다. 미래형 바이오플락 양식기술은 최소한의 재배 면적과 물을 사용하여 무공해, 무농약, 무항생제 친환경 수·농산물을 동시에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이라는 점에서 혁신적이다.
국립수산과학원의 연구 결과, 양식 물고기(1kg) 사육수로 기존의 수경재배에서 재배하는 상추 생산량보다 약 50% 더 많은 상추(2kg)를 생산할 수 있음을 밝혀냈다. 아울러, 향어와 메기를 키우는 바이오플락 사육수로 재배한 새싹 인삼이 일반 양액에서 재배된 것과 비교할 때 사포닌이 더 많이 함유돼 있다는 사실도 확인하였다. 국립수산과학원은 미래형 바이오플락 양식기술의 활성화를 위해 실용화 매뉴얼을 제작·보급하고, 기술 개발 및 이전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최근 먹거리 안전문제와 환경문제에 대응하여 신선한 식재료를 도심 속에서 직접 생산하고 소비하는 ‘도시농업’이 성행하고 있다. 최소한의 공간에서 물고기와 식물을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는 ‘미래형 바이오플락 양식기술’은 도시농업의 대표적 모델로, 도심 빌딩 속에서 신선한 농·수산물을 생산하는 혁신적 양식·재배 시스템이 될 것이다. 지속 가능한 친환경 양식 기술인 미래형 바이오플락 양식 시스템이 양식산업의 미래를 이끌어가는 핵심 성장동력으로 자리 잡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