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앞두고 경영계외 노동계의 갈등이 극에 달하고 있다.
내년도 최저임금을 심의하는 최저임금위원회가 앞서 사용자위원이 두 차례 불참한 데 이어 이번에는 근로자위원들이 불참하면서 파행을 빚었다. 노사 간 충돌이 극심할 경우 결국 공익위원들이 주도권을 잡아 내년도 최저임금은 정부의 가이드라인대로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최저임금위원회는 9일 오후 3시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실에서 예정대로 제10차 전원회의를 개최했다. 회의에는 공익위원 9명, 노동자 위원 8명만 참석했다.
최저임금위원회 근로자위원들은 사용자위원들의 최저임금 삭감안에 반발해 불참했다.
박준식 최저임금위원장은 "오늘 10차 전원회의에 근로자 위원들이 불참한 것에 대해 심각한 우려와 유감을 표명한다"며 "모든 참여자들이 남은 일정동안 상대에 대한 존중의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이어 "9일부터 11일까지 3일동안 속개되는 위원회 논의가 있다"며 "적어도 11일까지는 2020년까지는 최저임금 관련 임금 수준 논의를 종결하는 게 바람직하다. 일정에 차질이 없도록 위원장으로써 앞으로 남은 기간 할수 있는 모든 노력 다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사용자위원들은 내년도 최저임금의 최초 요구안으로 올해 최저임금 8350원보다 4.2% 줄어든 8000원을 제출했다. 사용자위원들이 최저임금 삭감안을 제출한 것은 2009년 이후 10년 만이다. 노동계는 최초 요구안으로 1만 원 올해보다 19.8% 인상된 1만 원을 제시했다.
근로자위원들은 이날 발표한 입장문에서 "지금 경제가 국가 부도 상태에 놓인 것도 아님에도 물가 인상과 경제 성장조차 고려하지 않고 오히려 마이너스로 회귀하자는 것은 어느 누구도 납득할 수 없는 비상식적 행위"라며 "(사용자위원들은) 삭감안을 즉각 철회하고 상식적인 수준의 수정안을 우선 제출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최저임금위에 참석한 사용자위원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는 "최근 소득주도성장 특위에서 자영업자 61%, 근로자 37%가 동결을 원하고 있다는 설문조사 결과를 내놨다"며 "이는 최저임금 급속한 인상이 사용자 뿐 아니라 근로자에게도 부정적 영향을 끼쳤다는 부분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최저임금위는 정부의 입김이 작용해 최저임금 인상폭이 대폭 낮아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최저임금위는 근로자·사용자·공익위원 9명씩 총 27명으로 구성된다. 매년 노사의 최저임금 요구안이 맞서면서 공익위원들이 최저임금 심의 과정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해왔다. 공익위원들은 고용부 장관이 추천하고 대통령이 위촉해 정부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최저임금 속도조절을 언급한 데 이어 정부 부처 장관들도 속도조절 필요성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5월 KBS 인터뷰에서 "(최저임금은) 2년간 꽤 가파르게 인상됐고 긍정적인 측면도 많지만 부담을 주는 부분도 적지 않다"며 "최저임금위원회가 그런 부분을 감안해서 우리 경제가 수용할 수 있는 적정선으로 판단하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지난달 2일 "내년 최저임금은 인상 수준을 최소화해야한다"고 말했다.
박준식 신임 최저임금위원장은 지난 5월 30일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2년 동안 최저임금 인상 수준이 다소 빨랐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존재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청와대를 중심으로 최저임금 3~4% 인상설이 불거진 바 있어 일각에서는 최저임금위에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8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현안보고에서 최저임금위가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를 늦어도 오는 15일까지는 마무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저임금위의 의결 이후에도 8월 5일 고용부 장관의 최종 고시 전까지 이의 제기 등 절차에 최소 20일이 소요된다고 고용부는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