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도 최저임금이 올해 8350원보다 2.9% 오른 시간당 8590원으로 결정됐다. 최저임금 인상률이 5% 아래로 떨어진 것은 지난 2010년 2.75% 이후 10년 만이다. 정부와 여당에서 여러차례 제기된 최저임금 인상 속도 조절론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최저임금위원회는 12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제13차 전원회의에서 내년 최저임금을 시급 기준 8590원으로 의결했다.
이날 최저임금위는 근로자위원들이 제시한 8880원 안과 사용자위원들이 제시한 8590원 안을 놓고 표결에 부쳤다. 표결에는 재적인원 27명 중 노동자 위원 9명, 사용자 위원 9명, 공익위원 9명 등 전원이 참여했다. 8590원 안은 15표, 8880원 안은 11표를 얻어 사용자 위원들이 제시한 안(1명 기권)으로 확정됐다.
올해 최저임금 8350원보다 240원(2.87%) 오른 금액이다. 월환산액은 209시간 기준으로 따지면 179만5310원이다. 올해보다 5만160원 인상된 액수다.
박준식 최임위원장은 의결 직후 간담회에서 "대한민국 경제 형편이 여러가지로 어렵다고 생각한다"며 "우리가 직면한 현실에 대한 정확한 직시와 정직한 인식이 바탕이 됐다"고 설명했다.
공익위원인 임승순 상임위원은 "사용자 측에서는 실물경제가 어렵다는 말을 많이 하고 있다"며 "중국과 미국의 무역 마찰, 일본에서의 (수출 규제 강화) 부분을 경제를 어렵게 한다는 이야기가 많아서 그런 부분이 많이 작용했다"고 밝혔다.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은 문재인 정부 들어 가장 낮은 수준이다. 현 정부 출범 첫해인 2017년 최저임금위원회가 의결한 2018년 최저임금(7530원)은 인상률이 16.4%였고 올해 최저임금은 인상률이 10.9%였다.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은 2010년 적용 최저임금(2.8%) 이후 1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국내에서 최저임금제도를 처음 시행한 1988년 이후 1998년 9월~1999년 8월 적용 최저임금(2.7%)과 2010년 적용 최저임금(2.8%)에 이어 역대 세 번째로 낮은 인상률이기도 하다. 최저임금 인상 속도 조절이 현실화했다.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 원을 실현한다는 현 정부의 공약은 물거품이 됐다. 현 정부 임기 마지막 해인 2022년까지도 최저임금 1만 원의 실현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인다.
한편 노사 양측은 최저임금 의결 결과에 불만족스럽다는 반응을 내놨다. 강훈중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최저임금 참사가 일어났다"며 "이대로 라면 문재인 대통령 임기 내 1만 원 실현도 어려워졌다"고 평했다. 이어 그는 "노동 존중 정책, 최저임금 1만원 실현, 양극화 해소는 완전 거짓구호가 됐다"면서 "결국 최저임금은 안 오르고 최저임금법만 개악된 셈"이라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사용자위원들도 입장문을 통해 "금융위기와 필적할 정도로 어려운 현 경제 상황과 최근 2년간 급격하게 인상된 최저임금으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영세기업과 소상공인들이 절실히 기대했던 최소한의 수준인 '동결'을 이루지 못한 것은 아쉬운 결과"라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