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감 몰아주기' 규제 등 소재·부품 국산화 길 곳곳 '지뢰'도
오는 18일 일본의 규제가 추가될 경우 TV와 같은 생활가전과 스마트폰 등 완제품 분야까지 피해사정권에 들어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일본에서 귀국한 후 14일 긴급 경영진 간담회를 열고 향후 일본의 수출 규제와 관련해 휴대폰과 가전 등 다른 사업으로의 영향 가능성까지 대비하라고 지시한 것도 추가규제 품목에 따라 피해확대를 우려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재계는 대기업의 소재·부품 국산화에 소홀했다는 책임론에 대해서도 서운한 감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15일 전자업계에선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뿐만 아니라 가전과 스마트폰 등 완제품 분야 역시 피해 사정권에 들어갈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이미지 센서의 경우, 삼성전자는 일부 프리미엄 스마트폰에 소니 제품을 장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지난 5월 이미지 센서 시장에서 2030년 이전에 선두를 차지하겠다고 공헌했다. 하지만 소니는 현재까지 50% 이상 점유율을 차지하며 확고부동한 1위에 올라있다.
일본의 규제 범위가 장비 쪽으로 확산되면 TV 업체에 미치는 영향도 상당하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1~5월 우리나라가 수입한 평판디스플레이 제조용 장비의 74%가 일본산이다.
업계 관계자는 “새로운 TV를 추가로 생산할 경우에 또 다른 생산설비가 필요하다. 이때 일본산 장비를 들여오지 못해 생산계획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일본이 정책을 발표하지 않는 시점에서 피해 규모를 미리 예단하기 어렵다고 예상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 TV 등 완제품에는 수 천 개의 부품이 들어간다”며 “일본이 구체적인 규제 리스트를 발표해야 업체에 어떤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지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결국 일본 정부의 결정에 따라 국내 업체들은 뒤늦게 수입대체선을 찾아야 하는 난처한 입장이란 의미다.
한편 여권 등 정치권 일각에서 국내 대기업들이 소재·부품·장비의 국산화에 소홀했다는 지적이 나오자 재계는 당혹스런 표정을 짓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만약 삼성에서 에칭가스 등의 소재를 국산화 했다면 삼성 소재를 SK하이닉스에서 쓸 리가 없고 삼성전자에 거의 공급됐을 텐데, 결국 공정거래위원회의 일감 몰아주기 대표 사례로 적발돼 처벌받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대기업들이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를 위해 소재·부품부터 완제품까지 ‘수직계열화’에 나서면 ‘일감 몰아주기’라며 비난이 쏟아진다.
일감 몰아주기 과세는 수혜 법인의 지배 주주와 특수 관계에 있는 법인이 수혜 법인에게 일감을 몰아준 경우, 그 지배 주주와 특수 관계 법인에 대하여 증여세를 부과하는 것이다. 지배 주주의 지분율이 3% 이상인 계열사 간에 30% 이상의 내부 거래를 막는 것이 핵심이다.
특히 문재인 정부 들어 공정거래위원회는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 관행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을 실시하고 있다.
기업의 내부 IT시스템을 다 보여줘야 하는 SI(시스템통합) 업체 등도 일감 몰아주기라며 문제 삼는 마당에, 소재를 내부 계열사에서 가져다 쓴다면 더 큰 반발에 직면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 밖에 국내에선 환경 규제 등으로 인해 소재 사업을 영위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
전자업계의 고위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수십년 이상 소재를 개발해 온 일본 업체들의 기술을 따라잡기 힘든 것은 물론이고 만약 투자를 하더라도 환경규제로 사업진출에 난항이 예상된다”며 “이 모든 걸 극복하더라도 일감 몰아주기 과세 대상이 되면서 상당한 사회적 비난을 받았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우리나라 산업계가 소재 국산화로 가는 곳곳에 ‘지뢰’가 묻혀 있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