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허문 도전을 통해 온라인 매출은 3년 내 기존 4배로 키우겠습니다.”
임일순 홈플러스 사장은 25일 서울 중구 소공동 더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기존 인프라를 이용해 모든 점포를 각 지역별 ‘고객 밀착형 온라인 물류센터’로 탈바꿈시키겠다”며 “이를 통해 지난해 6000억 원 수준이던 온라인 사업 매출액을 올해 1조 원에서 2021년 2조3000억 원으로 수직 상승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홈플러스는 전국 107개 점포의 온라인 물류 기능을 강화하고 ‘고객 밀착형 온라인 물류센터’를 2021년까지 전국 140개 전 점포로 확대에 나선다. 임 사장은 “피커(picker, 장보기 전문사원)는 기존 1400명에서 4000명, 콜드체인 배송차량은 기존 1000여 대에서 3000여 대로 늘려 하루 배송건수를 기존 3만3000건에서 12만 건으로 키우겠다”고 선언했다.
특히 온라인 배송이 크게 몰리는 지역은 점포 물류 기능과 규모를 보다 업그레이드한 ‘점포 풀필먼트센터(Fulfilment Center, 이하 FC)’로 커버한다. 풀필먼트는 물류업체가 고객 주문에 맞춰 제품을 분류, 포장, 배송하는 일련의 과정이다. 홈플러스는 다음달 안양점, 원천점을 비롯해 2021년까지 10개 점포에 FC를 장착할 방침이다.
그는 “대한민국 유통 기업들이 어려운 시점을 지나고 있다”면서 “홈플러스는 명확한 전략적 비전을 가지고 차세대 유통 기업으로 우뚝 서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 오프라인 매장도 새 판 짠다...'스페셜' 매장에 온라인 장착ㆍ글로벌 소싱 1조원으로 확대
창고형 매장 ‘스페셜’은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사업을 확대하는 투트랙 전략을 사용한다. 우선 오프라인 ‘스페셜’ 점포는 기존 16개에서 80여 개로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스페셜’은 슈퍼마켓서부터 창고형 할인점까지 각 업태 핵심 상품을 한 번에 살 수 있게 만든 유통 모델이다.
임 사장은 “기존 매장을 리뉴얼하는 방식을 택해 창고형 할인점 시공 비용을 경쟁사에 비해 10분의 1로 줄이며 최근 6개월 만에 16개 점포를 전환시킬 수 있었다”면서 “특히 부진 점포를 대상으로 했음에도 불구하고 비전환 점포와 12% 이상의 매출신장률 차이를 기록했고, 코스트코와 이마트 트레이더스와 인접한 점포의 매출 신장률은 20%에 가까운 격차를 보이며 위세를 과시했다”고 설명했다. 홈플러스는 올 하반기 스페셜 점포를 30여 개, 2021년까지는 70~80여 개로 대폭 확대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스페셜’의 온라인 진출도 시도한다. 이날 공개한 ‘더 클럽(the CLUB)을 통해 홈플러스는 25일부터 16개 스페셜 매장에서 온라인 배송 서비스를 시작하고, 향후에는 70~80여 개 스페셜 전 점포를 통해 ‘전국 당일배송’에 나선다.
또한 글로벌 소싱으로 제품 구색도 강화한다. 그는 “영국 테스코 시절부터 20여 년간 유럽과 긴밀한 인연을 맺었고, 한국에서 유럽을 제일 잘 아는 기업”이라며 “세계 최대 아웃소싱업체 리앤펑, 베트남 최대 유통사 빈커머스 등과도 협업을 강화해 2021년까지 전체 글로벌소싱 규모를 1조원 대로 키우겠다”고 말했다. 이어 “홈플러스는 준비한 PB와 중견 사업자의 상품을 많이 소개시킬 예정으로 국내 브랜드의 판로를 개척해 나아갈 포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 ‘이유 있는 정규직 전환’...업무 대거 재편
온라인 강화의 대업을 위해 직원들의 업무도 대거 재편된다. 이는 경쟁업체들이 무인 계산대를 확충하면서까지 인건비를 축소에 나선 것과 달리 최근 홈플러스가 업계로 최초 무기계약직 정규직 전환에 나섰던 배경이다. 이에 따른 인건비 상승은 약 7.2%에 이른다.
앞서 지난 1일 홈플러스는 무기계약직 사원 1만4283명을 정규직으로 발령내는 파격적인 인사를 단행했다. 홈플러스 전체 임직원 중 약 62%에 달하는 인원이다. 이에 따라 홈플러스㈜와 홈플러스스토어즈㈜, 홈플러스홀딩스㈜ 등 홈플러스의 전체 임직원 2만3000여명 중 정규직 비중은 무려 99%(2만2900명)를 기록하게 됐다. 이 같은 정규직 전환은 국내 최대 규모로 기록될 전망이다.
특히 홈플러스의 이번 정규직 전환은 별도의 자회사 설립이나 직군을 신설하지 않고, 기존 정규직 직급인 ‘선임’으로 발령내면서 기존 관리직 직원과 동일한 승진 프로세스를 밟게 됐다. 하지만 동시에 정규직 전환 근로자들이 캐셔 업무 외에 다른 업무에 투입될 가능성도 높아졌다. 실제 최근 홈플러스 일반노조는 시흥점 직원 일부를 지난해 스페셜 매장으로 전환한 안양 지역 풀필먼트로 발령냈고, 추가 전배도 추진 중이라며 ‘노조탄압’을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임 사장은 정규직 전환 인력에 대해서 “(풀필먼트센터 재배치를) 염두에 뒀다”면서 “점포 인력이 다른 업무를 할 수는 있지만, 대부분은 해당 사업에서 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격한 수준이거나 불이익을 감수할 수준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 “새벽배송 지켜볼만한 사업...당장 시행은 어려워”
다만 최근 불고 있는 ‘새벽배송’ 열풍과는 다소 거리를 뒀다. 임 사장은 “홈플러스 온라인은 점포 기반 물류이기 때문에 정부 규제에 막혀 새벽배송을 하기가 쉽지 않은 구조“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홈플러스의 온라인 시스템은 주문을 하면 점포에 진열된 상품을 고객에 전달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를 갖추지 못한 탓이다. 이 때문에 새벽 배송을 하기 위해서는 마트를 이른 시간에 열어야 하지만 국내법 상 불가능하다. 특히 대형마트는 자정부터 오전 10시까지 영업에 제한을 받는다.
최근 국내 유통업계가 줄줄이 새벽 배송 시장에 참전하고 있는 가운데 홈플러스는 단시간 내 참여가 어렵다며 한발 물러난 셈이다. 임 사장은 “홈플러스는 이미 고객이 지정할 수 있는 시간에 대면 배송을 할 수 있는데 다 국내에서 가장 높은 70%를 상회하는 당일배송이 가능하다”면서도 “다만 새벽배송은 계속 눈여겨 지켜볼 사업부문임은 확실하다”고 강조했다.
◇ “리츠 상장 꼭 재도전하겠다”
리츠(REITs) 공모에도 재도전할 방침이다. 그는 “당장은 아니지만, 꼭 재도전에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지난 3월 홈플러스는 흥행 실패를 예상해 리츠 상장 계획을 철회했다. 당시 홈플러스는 리츠 상장으로 4조 원 가량의 자금을 확보해 주주인 MBK파트너스가 회사 인수를 위해 조달한 4조 원대의 차입금 중 일부를 갚고, 나머지를 온라인 사업 및 창고형 할인매장 강화 등 신사업에 투자할 계획이었다.
임 사장은 “우리보다 나을 것이 없는 싱가포르와 일본에서도 전략 사업으로 키우고 있지만, 한국에서 가장 큰 규모로 진행되면서 성숙하지 못한 리츠 시장에 대한 투자자의 불활실성을 해소시키지 못했다”면서 “부동산 자산이 개발되고, 많은 사람들이 안정적인 투자를 할 수 있고, 자금 확보도 가능한 리츠는 꼭 활성화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리츠 실패에도 불구하고 유동성 확보에는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는 “최근 차입금 대체를 포함해서 자금 정책을 안정시켜놨다”면서 “(온라인 사업 투자 등에는)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