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산업계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 상승(원화 약세)은 당장 전자와 자동차 등 수출 산업에는 긍정적이지만 효과는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항공업계는 환율 상승 분위기 탓에 초긴장 중이다. 특히 출렁이는 환율은 대체로 불확실성을 높여 경영환경을 악화시킨다.
일단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가장 큰 타격을 받는 곳은 항공업계다. 항공유 수입, 해외 체류비, 항공기 리스비 등을 주로 달러화로 결제하기 때문에 원화 약세, 달러화 강세 흐름이 이어질수록 손실이 커질 수밖에 없다.
대한항공은 올해 3월 말 기준 미화 부채가 90억 달러 규모로 전체 부채의 45%를 차지한다. 원·달러 환율이 10원 오르면 장부상으로 약 900억 원의 평가손실이 생긴다. 아시아나항공은 외화부채 중 유로화 비중을 높여놔서 충격이 다소 덜하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안 그래도 한일 관계 경색 등으로 어려운 상황에 원·달러 환율까지 상승해 악재가 겹친 것은 맞다”며 “환율 변동위험에 대한 리스크 관리를 위해 통계적 수치와 시장 상황을 감안한 파생상품 등을 통한 헷지, 금리스왑 등 환율 안정화 방안을 시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자와 자동차 등 수출 중심 국내 기업들은 달러 강세가 일단 호재다. 우선 수출 제품의 가격이 하락하기 때문에 가격 경쟁력이 높아진다. 매출과 영업이익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수출 물량이 같더라도 장부상 매출과 영업이익은 늘어난다.
다만 그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달러 강세가 시작되면 당장 수익성 방어에는 유리할 수 있지만 체질변화와 제품 경쟁력 강화에 기인한 게 아닌, 외부효과 때문에 생기는 수익인 만큼 효과는 일시적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자업계는 부품 사업에서는 환율 효과를 일부 기대할 수 있지만, 완제품 부문에서는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제품은 주로 국내에서 생산해 대부분 수출하기 때문에 수출 가격 경쟁력이 올라간다.
하지만 삼성전자와 LG전자 스마트폰과 가전 등 완제품은 현지 생산과 현지 통화 결제를 우선으로 하고 있어 환율 변동과는 직접적인 관련성이 없다. 일부 국가에서는 현지 환율 변동에 따라 오히려 ‘마이너스’ 요인이 될 수도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사업상 결제 통화가 약 35개에 달하기 때문에 모든 통화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는다면 환율 변화에 따른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단기 득실을 떠나 미·중 무역 전쟁과 일본 수출 규제 등이 겹친 상황에서 환율 불확실성 증폭은 기업에 치명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수출 기업에는 보통 환율 상승이 유리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변동성이 크지 않고 예측 가능해야 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한국무역협회 문병기 수석연구원은 “최근 환율 상승이 미·중 무역분쟁, 일본 수출 규제 등 보호무역 장기화 가능성, 중국의 환율조작국 지정 등이 배경이 됐기 때문에 긍정적 요인보다 불확실성 증대에 따른 기업 투자 지연과 수요 위축이 더 클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