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내외 악재로 국내 증시가 급락한 사이 상장사 주요 임원진은 앞다퉈 자사 주식 매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최근 변동성이 커진 제약·바이오 기업 중심으로 대표들의 자사주 매입이 두드러졌다
8일 금융감독원 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증시가 급락하기 시작한 5일(결제일 기준)부터 이날까지 총 28개 상장사의 임원 31명이 자사주를 장내 매수한 것으로 집계됐다. 실제 체결은 결제일보다 2일 전에 이뤄진다. 미·중 무역분쟁, 일본의 수출규제 등 대외적 악재가 반영되면서 지수 낙폭이 가장 컸던 기간이다. 코스피지수는 6일 최저 1891.81까지 하락했고, 코스닥지수도 540.43까지 떨어지며 연중 최저점을 경신하던 때다.
바이오 업종 내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제약·바이오 기업 대표이사들이 자사주를 대거 사들였다. 유진산 파멥신 대표이사는 6일 2만8700원에 3466주, 총 1억 원 규모를 공개매수했다. 회사 측은 “미국 임상2상이 지연되고 있지만, 기업가치를 확신하고 있어 주식 매입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양용진 코미팜 회장도 7일 1만7004원에 8만 주, 8일 1만4527원에 5만 주를 사들였다고 공시했다. 앞서 6일 코미팜은 진행 중인 진단 교모세포종 전이암 미국 임상이 지연됐다고 밝히면서 하한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 밖에 남영훈 국제약품 회장의 아들인 남태훈 대표이사도 6일 3530원에 1만1793주를 장내 매수했다. 또 메디톡스 정현호 대표도 7일 36만6097원에 548주, 지노믹트리 안성환 대표이사도 6일 3530원에 1만1793주, 서유석 제넥신 대표이사도 4만8000원에 1000주 등 줄줄이 자사주를 매입에 동참했다.
주가가 하향세를 지속하는 가운데 52주 신저가 근처에서 임원진의 자사주 매입도 두드러졌다. 배재훈 현대상선 대표이사는 52주 신저가를 경신한 7일 2990원에 2354주를 장내 매수했다. 회사 관계자는 “책임경영 의지 표현의 일환”이라며 “지난 6월부터 여섯 차례에 걸쳐 꾸준히 매입해왔다”고 설명했다.
같은 기간 구정모 대구백화점 회장도 5680원에 700주, 박영우 대유플러스 회장 690원에 2만8650주, 임지선 보해양조 부사장 1086원에 5만 주, 원종규 코리안리 대표가 7964원에 2만9000주를 사들였다. 해당 기업들의 주가는 모두 연중 최저점 수준이다.
통상 임원들의 자사 주식 매입은 규모에 따라 기업 주가가 저점이거나 책임 경영의 의미로 해석된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자사주 매입 규모가 그리 크지 않고, 일회성 매입이라면 투자자들이 공포에 빠질 필요가 없다는 상징적인 조치로 해석할 수 있다”며 “대규모로 이뤄졌다면 실적에 비해 주가가 저평가됐을 가능성이 높아 투자 기회로 여길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현재는 시장의 투자심리 안정을 위해 자사주를 매입했을 가능성이 높으며 어느 규모로 얼마나 자주 이뤄지고 있는가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해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