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상위 0.1% 부자, 1929년 이래 가장 많은 재산 보유…초저금리·감세·규제완화 결과물
10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현재 세계 25대 부자가문의 총 재산은 1조4000억 달러(약 1697조 원)로 지난해보다 24% 증가했다.
이들의 재산이 불어나는 속도는 상상을 초월한다. 미국 최대 유통업체 월마트를 만든 월튼 가문의 재산은 분당 7만 달러, 시간당 400만 달러, 하루당 1억 달러씩 늘어나고 있다. 블룸버그는 독자가 기사를 읽고 있는 시간에도 이들의 재산이 약 2만3000달러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이는 시간당 최저임금이 11달러인 월마트 직원이 같은 시간 6센트를 벌고 있는 것과 대조된다고 꼬집었다.
월튼 가문의 재산은 세계 최대 부자에 오른 2018년 6월 이후 390억 달러나 증가해 1910억 달러로 치솟았다.
다른 부호 가문도 마찬가지다. 미국 최대 제과제국을 구축한 마스 일가의 부는 370억 달러 증가한 1270억 달러, 미국 에너지산업의 거물 코크인더스트리즈의 코크 가문도 260억 달러 증가한 1250억 달러를 벌어 들였다.
이로써 미국의 최상위 0.1%에 속하는 부자들은 1929년 이래 어느 때보다 많은 부를 소유하고 있다.
미국만의 현상도 아니다. 아시아와 유럽에서도 같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패션 가문 샤넬과 이탈리아의 페레로 가문도 주체할 수 없는 부의 증가를 맛보고 있다. 인도 암바니 가문의 재산도 70억 달러 늘어난 500억 달러에 달했다.
이들 가문의 재산을 정확히 측정하는 일은 쉬운 게 아니다. 드러난 재산 규모는 일부에 불과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 수십 년, 길게는 수 세기에 걸쳐 자산과 배당금으로 부풀려진 가문의 재산은 소유 범위를 애매하게 만든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예를 들어 금융 가문인 로스차일드나 석유 재벌 록펠러 가문 재산의 순가치는 분산돼 있다는 것이다.
이들 가문의 폭발적인 부의 증가는 초저금리, 감세, 규제완화의 결과물이라고 블룸버그는 분석했다.
전세계 부의 극심한 쏠림현상은 파리부터 시애틀, 홍콩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에서 폭발적인 이슈가 되고 있다. 이에 세계 억만장자들도 양극화를 완화할 수 있는 부유세 등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고 나섰다.
17위에 오른 프리츠커 가문의 리젤 프리츠커 시먼스는 “우리는 이음새가 무너지는 나라에서 부를 쌓고 있다”며 “이는 우리가 살고 싶은 미국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하얏트호텔 상속녀인 그는 지난 6월 월트디즈니 가문의 애비게일 디즈니, 조지 소로스 등과 함께 부유세 신설을 촉구하는 공동서한을 미국 공화당과 민주당의 대선 주자들에게 보내기도 했다.
물론 모든 부자가문이 다 부유해진 것은 아니다. 독일 최대 부호 콴트 가문은 순위에서 8단계 하락했다. 무역전쟁에 따른 글로벌 시장 성장둔화, 자율주행과 전기자동차에 대한 투자 증가로 BMW가 고전한 결과다. 다쏘 던컨, 허스트 가문은 목록에서 제외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