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도날드 앞에서 버거킹 주문해봐!”…‘2019 부산국제광고제’ 그랑프리는?

입력 2019-08-2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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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에미리트 ‘블랭크 에디션’, 미국의 ‘와퍼 디투어’ 올해의 그랑프리 선정

▲블랭크 에디션(The Blank Edition) 캡처.(사진제공=부산국제광고제 조직위)

# 레바논은 9년 만에 처음 치러진 지난해 총선 이후 정부를 구성하지 못해 정치적 교착상태에 빠져 있었다. 다수의 매체를 소유하고 있던 레바논 정치인들은 언론을 이용해 이러한 상태를 이어갔다. 레바논의 최대 일간지인 안 나하르(An Nahar)는 정부 구성을 촉구하는 캠페인을 진행하기로 한다. 헤드라인을 포함한 모든 기사를 완전히 공백 처리하는 '블래크 에디션(Blank Edition)'을 발간한 것이다. 누구 하나 책임지지 않고 텅 비어 있는 국가의 상황을 대변한 퍼포먼스였다. 안 나하르는 또 레바논 국민에게 텅 빈 신문에 정치인들에게 원하는 바를 적어 본인의 SNS에 업로드하게 했다.

# 버거킹은 주문 기능을 탑재한 새로운 앱을 출시하며 제한된 예산으로 인지도를 높이고 다운로드를 유도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버거킹은 자사보다 두 배나 많은 점포를 가진 경쟁사 맥도날드를 캠페인의 접점으로 삼았다. 버거킹 앱을 설치하고 맥도날드 드라이브 존에 가면 버거킹 모바일 앱에서 단돈 1센트에 와퍼 주문이 가능하다고 홍보했다. 프로모션 후 버거킹 앱은 48시간도 안 돼 아마존,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를 제치고 앱스토어 모두에서 다운로드 1위를 기록했다.

24일 아시아 최대 크리에이티브 축제 ‘2019 부산국제광고제(조직위원장 오거돈 부산시장)’가 60개국 2만645편의 출품작 가운데 수상의 영예를 안은 545편의 수상작을 발표했다.

특히 올해 ‘그랑프리 오브 더 이어’로 선정된 수상작 두 편은 24일 오후 5시 30분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상패와 1만 달러의 상금을 각각 받았다.

최고의 두 작품에 수여하는 ‘올해의 그랑프리(Grand Prix of the Year)’ 중 공익광고(Public Service Advertising) 부문은 아랍에미리트 임팩트 비비디오(Impact BBDO)의 ‘블랭크 에디션’이, 제품서비스광고(Product&Service)부문은 미국 에프씨비 뉴욕(FCB New York)의 ‘와퍼 디투어(The Whopper Detour)’가 수상했다.

'블랭크 에디션'은 단순히 아날로그 매체로 그칠 수 있었던 '신문'이라는 매체를 이용하여 시민들의 참여를 끌어내고, 레바논의 사회, 정치적인 변화를 끌어낸 대담하고 용기 있는 크리에이티브를 보여준 캠페인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안 나하르의 획기적이고 파격적인 캠페인은 전 세계 100여 개의 미디어를 통해 관련 소식이 전해졌고 뉴욕타임즈, 워싱턴포스트, BBC 등 주요 언론사를 통해 전 세계로 확산하는 등 해당 캠페인은 500만 달러에 달하는 미디어 노출 효과를 거뒀다. 올해 초 레바논의 정부 내각 구성을 위한 협의를 이끌어내는데도 크게 이바지했다.

테드 림 심사위원장은 “솔직히 기사가 없는 텅 빈 뉴스는 좋은 아이디어는 아니다. 하지만 맥락이 중요했다”며 “정부가 화가 나서 신문사를 폐쇄할 수도 있었지만, 접근방식이 창의적이고 가진 가치가 컸다. 전 세계로 캠페인이 퍼져나가 정부가 통제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하나의 캠페인이 정치적인 정부의 태도와 상황을 바꿨다”며 “캠페인이 사회적인 이슈를 다루는 일이던 물건을 파는 일이던, 사회적으로 적합한 상황을 갖고 가는지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와퍼 디투어(The Whopper Detour) 캡처.(사진제공=부산국제광고제 조직위)

‘와퍼 디투어’는 경쟁사들의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이 이미 기능과 점유율 등에서 앞서는 상황에서 버거킹이 출시한 새로운 앱의 성공적인 안착을 위해 진행한 캠페인이다. 프로모션으로 애플스토어 686위, 구글 464위였던 버거킹 앱은 1위를 기록한다. 버거킹의 이전 디지털 프로모션 기록보다 40배 더 크게 성장했고, 모바일 앱을 통해 판매된 총 판매 가치는 프로모션 기간 동안 3배 증가했다. 프로모션 이후에도 모바일 판매는 예전의 2배가 됐다.

이 캠페인을 성공적으로 만든 것은 기술을 활용해 소비자들이 농담에 동참하도록 하는 역발상 전략을 통한 유머러스한 접근이라는 평가다.

조안나 몬테이로 심사위원장은 “”와퍼 디투어’는 만장일치였다. 광고산업에서 요구하는 모든 게 한 번에 들어간 작품”이라며 “신선하고 재밌고, 놀라운데 아이디어는 간단했다. 다른 플랫폼을 한꺼번에 이용해 상품의 진짜 가치를 키웠다”고 말했다.

올해의 에이전시는 제일기획 홍콩이 수상했다. 올해의 네트워크는 비비디오(BBDO), 그리고 나이키(NIKE)가 올해의 광고주상을 받았다. 또 그랑프리 12편, 금상 60편, 은상 135편, 동상 188편이 수상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2019 부산국제광고제가 22일인 개막했다. 사진은 부산 벡스코 컨벤션홀 프레스룸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 참석한 정상수 운영위원(뒤쪽 왼편부터 시계방향으로), 최환진 집행위원장, 멜빈 만가다(Melvin M. Mangada) 심사위원장, 테드 림(Ted Lim) 심사위원장이며 앞쪽 왼편부터 조안나 몬테이로(Joanna Monteiro) 심사위원장, 로빈 피츠제럴드(Robin Fitzgerald) 심사위원장, 주리펑 타이둠롱(Jureeporn Thaidumrong) 심사위원장.(사진제공=부산국제광고제)

올해 수상작을 가장 많이 배출한 국가는 태국으로 65편에 달한다. 호주가 59편으로 뒤를 이었다. 한국은 서비스플랜코리아가 출품한 ‘닷 미니(Dot Mini)’가 그랑프리를 수상했고, 제일기획의 ‘레드씻(Redceipt)’, 이노션의 ‘조용한 택시(The Quiet Taxi)’ 등이 금상을 받는 등 총 35편의 수상작이 나왔다.

특히 한국 작품 중 유일하게 그랑프리를 수상한 서비스플랜코리아의 ‘닷 미니(Dot Mini)’는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텍스트 데이터만 입력해도 모든 자료를 점자 형태로 구독 가능하게 하는 스마트 기기 광고다. 해당 광고에서는 교육용 스마트 기기인 닷 미니에 대한 혁신적 기술이 효과적으로 표현됐다.

최환진 부산광고제 집행위원장은 “올해로 12회를 맞은 부산국제광고제는 3년 연속 2만 편 이상의 출품 기록으로 세계 3대 광고제와 비견할 정도로 빠른 성장을 했다”며 “질적인 성장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진행 중이다”고 밝혔다.

내년 부산국제광고제 테마 키워드는 're:ad'로 선정됐다.

최 집행위원장은 “그동안 상품이나 서비스를 소비자에게 널리 알리는 의도적인 활동으로 인식됐던 광고라는 단어를, 다시 생각하고 재정의하고 새롭게 디자인하기 위해 이같이 선정했다”며 “내년 광고제에서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광고 및 마케팅 환경에 발맞춰 광고의 역할에 대해 보다 폭넓게 논의하는 장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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