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4월 주총 반대 의결권행사 비율 20% 넘어
국민연금이 2018년 7월말 스튜어드십 코드(수탁자책임 원칙) 도입 후 ‘주총 거수기’ 꼬리표를 떼고 적극적으로 주주 권리를 행사하고 있다.
1일 국민연금공단 ‘2015∼2019년 국민연금 의결권행사 현황’ 자료를 보면, 최근 5년간 국민연금이 투자기업의 주총에 참여해 반대 의결권을 행사한 비율은 2015년 10.1%, 2016년 10.1%, 2017년 12.9% 등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전에는 10%대였다.
하지만 스튜어드십코드 시행 후에는 반대 의결권행사 비율이 2018년 18.8%로 뛰었고, 올해는 1∼4월 현재 20.4%를 기록했다.
올해 국민연금은 1∼4월 기간에 총 997개 기업의 주주총회에 총 636회 참석해 2987개 안건에 의결권 행사했다. 이 가운데 20.4%인 610개 안건에 반대표를 던졌다. 찬성은 2374건(79.5%), 중립은 3건(0.1%)이었다.
반대 사유는 △이사 및 감사 선임 243건(39.8%) △보수 한도 승인 240건(39.3%) △정관변경 92건(15.1%) △기타 35건(5.7%) 등이었다.
국민연금은 세계 3대 연기금으로 2019년 8월 현재 시가 기준 약 700조 원의 적립기금을 운용하고 있다.
2005년 12월 의결권 행사지침을 마련하고 지속해서 의결권 행사지침 세부기준을 수정·보완했다. 2018년 7월에는 의결권행사 등 광범위한 수탁자 활동 기준을 포함한 수탁자책임 활동에 관한 원칙 및 지침(스튜어드십코드)을 수립했다. 2018년 12월에는 수탁자책임 활동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수탁자책임 활동을 수행 중이다.
스튜어드십코드는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가 기업 의사결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주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위탁받은 자금의 주인인 국민이나 고객에게 이를 투명하게 보고하도록 하는 모범 규범을 말한다.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후 국민연금의 주총안건 반대 의결권 행사가 늘었지만, 주총 '종이호랑이' 신세를 벗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있다.
국민연금연구원 최희정 부연구위원은 ‘해외 연기금의 의결권행사 동향 및 시사점’이란 보고서에서 “노르웨이 국부펀드(GPF), 일본공적연금(GPIF·연금적립금관리운용), 네덜란드 공적연금(ABP), 캐나다 연금투자위원회(CPPIB), 미국 캘리포니아 공무원연금(calPERS·캘퍼스) 등 해외 주요 연기금과 비교해 국민연금이 적극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한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2018년 기준으로 국민연금 반대 의결권행사 비중은 약 19%로 ABP(18%)와 유사하며, GPIF(11%)와 CPPIB(8.69%)보다 높은 수준이지만, 이런 높은 안건 반대 비중이 곧바로 높은 수준의 의결권 행사기준을 적용한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것이다.
기업이 주총에서 반대 확률이 높은 안건을 제안해 국민연금으로서는 어쩔 수 없이 반대 의결권을 행사한 결과일 수 있으며, 국민연금의 반대가 안건 부결로 관철되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민연금은 주총에서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국민연금이 2018년 반대 의결권을 던진 주총안건 539건 중 실제 부결된 안건은 5건에 그쳤다. 반대 의결권을 관철한 비율이 0.9%에 불과할 정도로 주총에서 거의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했다.
게다가 스튜어드십 코드 시행 후에도 국민연금은 주주관여 활동과 의결권행사에 조심스럽다.
GPIF, APG, CalPERS, CPPIB 등 해외 4대 연기금이 투자기업의 영업활동과 지배구조 등에 근본적인 변화를 끌어내는 것을 목적으로 투자기업에 효과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사용하고 있는 것과 대조된다.
이들 해외 연기금들은 여성 임원의 선임 등 이사회 구성원의 다양성 추구를 요구하거나 책임투자 관련 공시 확대를 요구하는 등 책임투자와 관련된 주주관여 활동을 펼치고 있다.
또 주총안건에 대한 연기금의 판단 결과를 기타 투자자들이 참고할 수 있게 의결권 행사계획을 주주총회 전 홈페이지를 통해 사전 공시하고 있다.
최 부연구위원은 “적극적인 주주관여 활동을 하려면 그 당위와 실행 방법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만큼, 국민연금은 적극적 의결권행사와 관련, 경영계의 경영간섭 우려를 고려해서 급격한 변화를 추구하기보다는 점진적으로 접근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