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 공사를 담합한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시정명령과 과징금 납부 처분을 받은 한화시스템이 1순위 자진신고자로 인정받았다. 자진신고자 감면제도(리니언시 제도)는 담합에 참여한 기업이 자발적으로 신고하면 1순위 자진신고자는 100%, 2순위는 50%까지 과징금을 감면해주는 제도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행정6부(재판장 박형남 부장판사)는 한화시스템이 “감면 신청 기각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낸 시정명령 등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이 판결이 확정되면 한화시스템은 공정위로부터 받은 시정명령과 과징금 모두를 면제받게 된다.
한화시스템은 2014년 1월 GS건설이 발주한 인터컨티넨탈호텔 증축 및 파르나스타워 신축 1차 통신공사 입찰에서 GS네오텍, 대림코퍼레이션, 아시아나IDT, 지엔텔과 함께 담합을 했다. 이들은 한화시스템 등은 GS네오텍이 작성한 입찰내역서에 따라 거의 동일하게 입찰에 참여해 들러리를 섰다.
공정위는 2016년 10월 서울특별시 지하철공사 발주의 승강장 스크린도어(PSD) 입찰 담합을 조사하기 위해 GS네오텍에 대한 현장 조사를 하면서 통신공사 담합 관련해 GS네오텍 직원이 보낸 이메일 등을 확보했다. 같은 해 12월 23일 담합에 참여한 한 업체가 공정위에 자진신고를 했다. 이로부터 3일 뒤 한화시스템도 감면신청서를 제출하면서 ‘내부적으로 계속 조사 중이며 추후 보정하겠다’며 신고를 했다.
한화시스템은 감면 신청 후 공정위에 담합 관련 보정서, GS네오텍과 연락을 주고받은 직원들의 진술서와 진술을 뒷받침하는 자료 등을 제출했다. 하지만 공정위는 2018년 10월 한화시스템에 시정명령과 함께 8900만 원의 과징금 납부 명령을 했다. 그러면서 한화시스템의 증거 제공 이전에 담합 행위를 입증할 만한 증거가 이미 확보됐다는 이유로 감면 신청을 기각했다. 이에 불복한 한화시스템이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공정위가 한화시스템의 자진신고 전까지는 담합을 입증할 증거가 부족했다고 봤다. 대림코퍼레이션 외의 업체가 GS네오텍과의 합의가 성립했는지 여부, 구체적인 경위, 합의의 성립을 뒷받침할 만한 조건이나 실행 방법, 한화시스템이 가담한 경위와 동기, 실제 입찰 내역과 결과 등은 확인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한화시스템이 자진신고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한화시스템이 제공한 증거에 의해 입찰의 개요와 참여 배경, GS네오텍과의 합의 성립 경위, 입찰액과 대가 논의 등 담합 행위의 구체적 내용을 알 수 있다”며 “실제로 한화시스템 직원들이 어떤 방식으로 GS네오텍으로부터 최종 입찰내역서를 전달받아 입찰했는지 등 실행 과정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정위가 현장조사 과정이나 그 직후에 실제 입찰내역을 GS네오텍에 요청했다고 인정할 만한 충분한 증거가 없다”면서 “현장조사 이후의 실제 증거 확보 내역, 직권 인지 시점과 GS건설로부터 관련 자료를 확보한 시점을 볼 때 한화시스템의 증거와 무관하게 담합을 입증하는 데 충분한 증거 확보가 가능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