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플레이션에 대한 경고음이 곳곳에서 감지되면서 유통업계가 침체된 소비심리를 끌어올리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8월 소비자물가 동향’을 통해 8월 소비자물가지수가 104.81(2015년=100 기준)로 지난해 같은 달(104.85) 대비 0.0%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는 1965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최저 상승률로 소수점 세자릿수까지 따지면 지난해 같은 달보다 0.038% 하락해 사실상 마이너스로 집계될 정도로 소비가 악화된 상황이다. KDI경제동향 9월호에 발표된 7월 소비자심리지수도 전월(95.9)보다 3.4포인트 하락한 92.5로 감소했다.
유통·소비재 업계는 이같은 저물가와 소비심리 위축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로스 리더 카드’를 속속 꺼내들고 있다. 가성비가 높은 제품을 출시해 소비를 유도하고 있는 것이다.
오뚜기는 가성비를 높인 ‘오!라면’을 새롭게 출시했다고 9일 밝혔다. ‘오!라면’은 현재 대형마트에서 행사가로 4입 기준 1850원, 봉지당 460원 수준에 판매하고 있다. 개당 가격은 오뚜기 진라면(5입, 2750원)보다 개당 약 90원 저렴하다. 편의점 기준 봉지당 가격은 700원 수준이다.
특히 대표적인 국민식품이라고 할 수 있는 라면시장에서 이러한 트렌드가 확산되고 있다. 2월 출시된 이마트24의 ‘아임e 민생라면’은 저가 라면의 대표적 사례다. 팔도와 협업한 PL(자체 라벨) 상품인 이 제품은 당초 550원으로 가격을 책정했지만 3개월여만에 가격을 인하, 대형마트 기준 봉지당 390원, 5입 번들 1950원이다. 출시 후 최근까지 지속적인 판매에 힘입어 500만개 판매를 돌파했다.
식품 업계 관계자는 “라면시장은 크게 가격과 품질로 양분되는데 라면업계는 좋은 품질의 제품을 개발하려고 노력하는 한편 가성비 좋은 제품도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2분기 충격적인 실적 부진을 기록한 대형마트도 3분기 들어 초저가 전략에 한층 더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이달초 산업통상자원부가 내놓은 최근 ‘주요 유통업체 매출’ 자료에 따르면 대형마트의 7월 매출 증감률은 전년 동기 대비 13.3%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2월 -13.7%를 기록한 이후 6개월 연속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이마트는 지난달 초저가 시장을 겨냥한 ‘에브리데이 국민가격’ 제품을 추가로 내놨다. 병당 4900원에 선보인 ‘도스코파스 와인’은 8월 1일~9월 3일 40만병 판매됐고, 개당 480원꼴의 ‘다이알 비누’는 같은 기간 16만개 팔렸다. 지난달 말 추가 출시한 100매에 700원인 물티슈는 판매 5일 만에 16만개가 판매됐다. 2000원에 3개 묶음 구성인 치약도 5일간 판매된 전체 치약의 46%(판매량 기준)를 차지했다.
생활가전도 초저가를 앞세웠다. 이마트는 ‘일렉트로맨 의류 건조기’(3㎏)를 24만9000원, 49인치 LED TV 37만9000원에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이 같은 가성비 제품은 이른바 ‘로스리더’라 불리는 ‘미끼상품’으로 제조·판매업체가 마진은 최소화하면서 손님을 끄는 집객효과를 높이는 것으로 분석된다. 최악의 경우 원가 이하로 팔더라도 해당 품목에서는 손해가 발생할 수 있지만 집객효과가 늘어나는 효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좀처럼 지갑을 열지 않는 소비자들을 겨냥해 소비자 생활과 밀착돼있는 유통·소비재 업계에서 초저가 상품 출시가 잇따르고 있다”면서 “마진 축소를 감수하는 ‘초저가 유인상품’을 통해 가성비를 따지는 소비자들에게 선택의 폭을 넓혀주는 전략”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