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SE는 지난 13일 공식 성명을 통해 “홍콩거래소의 인수 제안은 실현 가능성과 가치 측면에서 근본적인 결함이 있다”며 “이사회 만장일치로 거부한다”고 밝혔다. 홍콩으로부터 인수 제안을 받은 지 이틀 만의 퇴짜였다.
앞서 찰스 리 홍콩거래소 최고경영자(CEO)는 11일 “아시아와 유럽을 아우르는 글로벌 금융 플랫폼을 구축하겠다”며 366억 달러(약 43조7000억 원)에 런던거래소에 인수를 제안했다.
LSE는 퇴짜 이유로 여러 가지를 들었다. 우선 두 거래소의 성장 전략이 일치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돈 로버트 LSE 의장은 “홍콩거래소의 사업은 전통적인 증권 매매 비중이 크다”면서 “주가지수와 거래정보 제공 등 데이터 분야 성장을 목표로 하는 우리와 방향성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LSE는 지난달 정보제공업체 레피니티브를 270억 달러에 인수하기로 했다. 2020년 하반기 완료 예정인데, 이 합병안의 백지화를 전제로 한 홍콩거래소의 합병 제안은 자사 성장 전략에 부합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정치적 리스크도 지적했다. 홍콩거래소의 특이한 이사회 구성, 중국 정부의 개입 가능성 등을 근거로 삼았다. 홍콩거래소 이사회는 13명의 이사로 구성돼 있다. 이 중 과반인 7명을 홍콩 정부가 지명한다. 거래소 이사장도 홍콩 행정장관 승인을 받아야 한다. 중국 정부가 홍콩 내정에 관여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홍콩거래소도 중국 정부 간섭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분석이다.
LSE는 중국 정부를 직접 거론하지 않았지만 “인수합병 계획이 미국과 영국 등에서 감독기관의 승인을 얻는데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다”며 사실상 중국 정부의 간섭 문제를 시사했다.
한편에서는 브렉시트 와중으로 혼란스러운 LSE에 인수를 제안할 만큼 홍콩거래소의 처지가 절박하다는 방증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홍콩은 민주화 시위가 시작된 이후 기업공개(IPO)가 8월 1건에 불과할 정도로 침체에 빠져있다. 올 8월말로 예상됐던 세계 최대 온라인 쇼핑업체 알리바바도 상장을 연기했다. 세계 최대 석유회사 사우디아람코도 상장 시장에서 홍콩을 제외했다. 여기다 중국 상하이의 대두도 부담이다. 국제 금융도시 순위에서 홍콩은 3위, 상하이는 5위로 도쿄를 추월하며 맹추격하고 있다.
라이벌의 부상은 ‘세계 2위 경제대국 중국으로 가는 게이트웨이’로서 홍콩의 경쟁력을 저하시킨다. 이런 가운데 유럽연합(EU)에서 합의 없는 이탈이 가시화하는 LSE와의 합병은 홍콩거래소에게는 유효한 생존 전략이었던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