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수출규제로 되레 국내 소재ㆍ부품ㆍ장비 업체들의 기대가 더 커진 상황이다. 삼성과 SK하이닉스 같은 글로벌 반도체 기업이 외국에만 의존하던 관행을 깨고 국내 기술혁신 중소기업에도 기회를 줄 수 있어서다. 정부와 대기업이 1~2년 이상의 끈기를 갖고 투자해 준다면 반드시 위기를 넘어서리라 본다"
일본 수출규제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국내 소재부품 중소기업 지원에 대한 범 정부적 관심이 뜨거워 지고 있다. 고순도 기술 혁신 사업에 대한 국민적 염원도 상당해 짧게는 6개월, 길게는 2년 이내에 완전무결한 소재부품 기술 독립에 대한 중소기업의 의지 또한 다부지다. 대한민국 소재부품 산업기술 독립이라는 원대한 도전에 나서는 반도체 웨이퍼 이송로봇 전문기업 라온테크 역시 미래 한국 기술 독립에 한발 더 다가선 곳이다. 라온테크를 이끌고 있는 김원경 대표는 "일본 수출규제를 통해 국내 많은 부품소재장비 업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정부와 대기업, 중소기업이 똘똘 뭉쳐 하나로 된다면 위기는 곧 기회가 될 것"이라며 "이제라도 국내 부품소재장비를 살리려는 정부의 노력이 곧 결실을 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 대표는 지난 26일 경기 수원에 있는 라온테크 본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강조했다. 라온테크는 이노비즈협회 소속 기업으로 반도체용 웨이퍼 이송 로봇 및 자동화 모듈을 개발·제조한다. 이노비즈협회는 올해부터 이노비즈 인증을 받은 회원사를 대상으로 성장성과 수익성, 제품 등을 평가한 뒤 이를 알리는 행사를 열고 있다.
김 대표는 한양대 공대를 졸업한 뒤 카이스트에서 기술공학에 대한 학문을 넓힌 뒤 1999년까지 대우중공업에서 근무했다. IMF 파고 이후에는 벤처창업 붐이 일었던 2000년도에 창업에 도전장을 내민다. 경영난에 직면한 회사가 로봇기술 관련 사업을 진행하지 않기로 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현재 라온테크 주력 제품은 핸들링 로봇 중에서도 반도체 공정에 사용되는 로봇이다. 핸들링 로봇은 LCD, OLED, 반도체 3개 분야가 축을 이루고 있다. 그 중에서 회사는 매출 비중이 큰 반도체와 성장성이 큰 바이오 분야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라온테크는 반도체 라인 진공로봇을 생산하는 국내 유일 업체다. 반도체 공정의 70% 이상이 '진공' 장비로 이뤄지는만큼 '진공' 상태를 유지하며 제품을 생산해내는 능력은 곧 시장의 경쟁력으로 이어진다. 반도체는 최근 수출 규제에서 일본이 가장 먼저 꺼내 든 카드다. 그만큼 한국의 미래 성장동력의 핵심 산업으로 꼽힌다.
김 대표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은 반도체와 인공지능, 스마트팩토리"라며 "그 중에서도 반도체의 패권을 잡는 게 4차 산업의 핵심"이라고 확신했다. 이를 방증하듯 현재 라온테크 매출의 80% 이상이 반도체 관련 장비에서 나온다.
이 같은 차원에서 김 대표는 일본 수출규제 위기가 곧 '기회'가 될 것으로 믿고 있다. 그는 "메모리 반도체 장비를 만드는 회사의 글로벌 비중은 채 10%가 되지 않는다"며 "일본과 미국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을 감안해 국산화에 힘을 기울인다면 얼마든지 기회가 있고, 지금은 정부와 대기업, 중소 기술혁신기업 모두 하나로 똘똘 뭉친 느낌"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올해 전반적으로 침체된 반도체 산업의 여파를 '일시적 현상'으로 바라보고 있다. 5G를 비롯한 4차산업혁명 분야에 반도체에 대한 수요 증가는 필연이라는 인식에서다
김 대표는 "내년부터는 올해보다 80~90% 반도체 시장이 성장할 것"이라며 "소재·부품·장비 산업에 대한 국산화율이 높아질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시스템반도체' 산업 육성에 공을 들이는 것도 긍정적인 요소로 평가받는다. 김 대표는 "시스템 반도체와 메모리 반도체는 장비 자체가 비슷하고, 국내업체들이 얼마나 진입하느냐가 관건"이라며 "최근 거래 중인 대기업에서 이와 관련된 공정에 쓰던 일본 제품을 우리 제품으로 바꾸기로 했고, 앞으로 수요는 더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기술'에 초점을 맞춘다는 경영전략으로 매년 매출의 8~9%를 연구개발(R&D)에 쏟고 있다. 라온테크는 지난해 기준 매출 243억 원을 기록했고, 직원수는 2016년 63명에서 지난해 77명으로 10명 이상 늘었다. 회사는 내년 상반기 중 코스닥으로 이전 상장을 진행한다는 목표다. 기술상장 특례의 이점을 십분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김 대표는 "소재·장비·부품 분야에서 모범이 되는 회사를 만드는 게 목표"라며 "성공적인 기술 국산화로 다시는 일본 등 외국의 불합리한 요구에 흔들리지 않는 기술강국의 진면목을 발휘하는 시대가 열렸으면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