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 결제대금 돌려막기로 불어난 채무를 갚기 위해 모친에게 도움을 요청했다가 거절당하자 불을 질러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20대 여성에게 중형이 확정됐다.
대법원 3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존속살해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모(25) 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17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고 7일 밝혔다.
이 씨는 2018년 10월 신용카드 결제대금을 변제하기 위해 사채, 금융기관 대출 등을 통해 돌려막기 하다 8000만 원의 채무를 갚지 못하게 돼 도움을 요청했으나 "함께 죽자"라는 등 폭언을 듣고 심리적인 압박감에 불을 질러 모친을 살해한 혐의를 받았다.
재판에서는 이 씨가 정상적인 판단력이 없는 상태에서 가족살인 범행을 저지른 데 대해 참작 사유를 인정할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됐다.
이 씨는 2015년부터 조울증, 우울증, 불안증세 등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1심은 "피고인은 계획적으로 범죄를 저질렀으며 피해자에 대한 아무런 구호 조치를 하지 않았다"면서 "범행 후에도 피해자가 자살했다는 식으로 주변인에게 연락하는 등 은폐를 시도하기도 했다"며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반면 2심은 "피고인이 어릴 때부터 어머니로부터 학대를 받았으며 이로 인해 정신적 문제로 치료를 받기도 한 점, 채무를 털어놨을 때도 언어적ㆍ정서적ㆍ신체적 폭력을 당해 해리장애와 유사한 스트레스 상태에 빠졌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징역 17년으로 감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