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터통신에 따르면 31일 브렉시트 기한을 앞두고 마지막으로 열리는 이번 EU 정상회의에서는 존슨 총리가 제시한 브렉시트 조건을 놓고 협의할 전망이다. 영·EU가 브렉시트 조건을 19일까지 합의하지 못할 경우, 존슨 총리는 영국 의회를 통과한 EU의 ‘탈퇴연기법(Benn act)’에 따라 EU에 브렉시트의 3개월 추가 연기를 요청해야 한다.
이런 가운데 지난 10일 존슨 총리와 리오 버라드커 아일랜드 총리가 회동을 가진 후 브렉시트에 대한 긍정적 전망이 제기됐다. 두 총리는 리버풀 근처 버컨헤드에서 회담을 갖고, “합의 타결에 길이 보인다는 데 동의했다”고 공동 성명을 냈다. 버라드커 총리는 공항에서도 기자들에게 “회담은 매우 긍정적이었다”고 말했다.
로이터는 EU가 영국과 브렉시트 협정안을 둘러싼 합의를 위해 향후 심도 있는 협의를 진행하기로 영국과 합의했다고 11일 보도했다. 이 보도는 스티븐 바클레이 영국 브렉시트부 장관과 미셸 바르니에 EU 브렉시트 수석대표 간 회동 직후 나왔다. 바클레이 장관과 바르니에 대표는 “건설적인 합의였다”고 평가했다.
EU집행위원회는 회담 후 발표한 성명에서 쌍방이 향후 수 일 간 협의를 가속시키는데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다만, 쟁점인 아일랜드 국경 관리를 둘러싼 ‘백스톱(안전장치)’에 대해서는 EU 측 입장에 변경은 없다고 말해, 이달 말 브렉시트 기한까지 상황이 해결될 수 있는지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테리사 메이 전 총리와 EU가 합의한 ‘안전장치’는 2020년 말까지 EU 회원국인 아일랜드와 영국 영토인 북아일랜드 사이의 물리적 국경, 즉 하드 보더(Hard Border, 국경 통과 시 통행·통관 절차를 엄격히 적용하는 것)를 피하기 위해 마련된 것으로, 그 대안을 찾을 때까지 북아일랜드를 단일 시장에, 영국 전체를 사실상 EU의 관세 동맹에 머물게 한다는 것이다.
존슨 총리는 메이 전 총리가 EU와 체결한 합의안에 포함된 이 ‘안전장치’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EU의 당초 안대로 북아일랜드만을 단일 시장과 관세 동맹에 남겨두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만일 그렇게 된다면 EU와의 합의는 즉각 성립된다.
하지만 이 문제는 그리 간단하지가 않다. 북아일랜드의 민감한 정치 상황과 깊이 연관돼 있기 때문이다. 30년에 걸친 구교도와 신교도 간 유혈 참사를 유발한 당파 갈등은 1998년 영국과 아일랜드가 맺은 ‘벨파스트 협정’에 의해 마침표를 찍었고, 그로부터 20년 이상 지났지만 양측의 긴장은 계속되고 있다. 벨파스트 협정에서 영국은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 간 자유로운 통행과 무역을 보장했고, 아일랜드는 북아일랜드 6개주에 대한 영유권을 포기하기로 했다. 이런 상황에서 영국이 아무런 합의 없이 EU를 떠나는 ‘노 딜 브렉시트’는 아일랜드와의 통일 여부를 묻는 투표에 대한 지지를 증가시킬 수 있다. 아일랜드 국경 문제가 브렉시트의 최대 쟁점이 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로이터는 존슨 총리와 버라드커 아일랜드 총리도 완전한 의견 일치를 본 건 아니어서 영국의 ‘노 딜 브렉시트’는 여전히 불씨가 남는다고 지적했다.
EU 외교소식통은 로이터에 “EU 측에서는 이달 말까지 합의를 볼 것이라는 기대가 낮다”고 말했고, 한 외교관은 “터널이 보이는 불빛은 아주 작다”고 했다.
바르니에 대표도 버라드커 총리와의 회담 후 기자들에게 “브렉시트는 등산과 같은 것”이라며 “경계와 결의, 인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