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면세점 매출이 또다시 신기록을 세웠다. 8월 사상 최대였던 2조1844억 원의 매출 기록을 한 달 만에 갈아치우고 9월 2조2421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하지만 매월 매출 신기록을 경신하는 외형 성장에도 불구, 출혈 경쟁으로 쌓은 탑인 만큼 수익성 악화 우려가 끊이지 않는다. 이에 3분기 실적 역시 뒷걸음질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국면세점협회는 9월 면세점 매출액이 8월보다 2.64% 성장한 2조2421억 원을 기록했다고 21일 밝혔다. 면세점 매출은 3월 2조1656억 원을 달성해 사상 처음으로 국내 면세점 월 매출 2조 원 시대에 진입한 후 8월과 9월 차례로 사상 최대 매출을 올리며 올해 들어서만 세 번이나 신기록을 갈아치웠다.
중국 보따리상을 중심으로 한 외국인 고객과 매출이 고공행진하며 외형 성장은 지속되고 있지만, 이들을 겨냥한 출혈 경쟁 등 고질적인 한계는 고착화하는 모양새다. 내국인 고객과 매출은 계속해서 빠지고 있는 것도 문제다.
9월 내국인 고객은 올해 들어 사상 최저치를 찍었던 8월보다 9% 감소한 215만여 명으로 집계됐다. 내국인 매출액 역시 올해 들어 가장 낮은 3151억 원에 그쳤다.
반면 외국인 매출은 사상 최대인 1조9270억 원을 기록했고, 객단가 역시 111만 원으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업계에서는 중국 국경절(10월 1~7일)과 광군제(11월 11일)를 앞두고 중국 보따리상들이 활발히 활동한 영향도 있지만, 3분기 치열했던 수수료 경쟁을 비롯한 마케팅 비용 증대에 따른 결과로 풀이했다. 즉, 비용을 들여 매출을 올리는 기형적인 구조라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3분기는 중국의 추석인 중추절(음력 8월 15일)이 9월에 있었고, 국경절이나 광군제를 앞두고 미리 물량을 확보하려는 중국 보따리상들의 활동에 대응해 업계에서 송객 수수료(면세점이 해외 여행객 유치의 대가로 여행사와 가이드에게 지급하는 비용) 폭등 등 마케팅 경쟁이 치열했다”라며 “전체적으로 매출은 최대를 찍었지만, 수익성은 악화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면세점 리베이트’로 불리는 송객 수수료는 해마다 늘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김영진 의원이 관세청에서 제출받은 ‘최근 5년간 송객 수수료 지급 현황’을 보면 시내면세점이 여행사와 가이드에게 지급한 송객 수수료 비용은 2015년 5630억 원, 2016년 9672억 원, 2017년 1조 1481억 원, 지난해 1조3181억 원으로 해마다 급증했다. 올해 상반기까지 면세점 업계가 지급한 송객 수수료는 6514억 원으로 나타나 올해도 1조 원을 훌쩍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송객 수수료를 늘린 만큼 매출은 고공행진이다. 비용으로 쌓은 실적인 만큼 업계에서는 3분기 면세점 실적이 밝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삼성증권은 호텔신라의 3분기 실적과 관련해 “국내에서의 할인 마케팅 확대에 따라 경쟁이 심해지면서 수익성이 하락하고 있다”며 “매출에 대한 기대는 더 높게, 하지만 수익성에 대한 기대는 더 낮게 전망하는 것이 현 시점에서 합리적이다”라고 지적했다.
KB증권 역시 신세계 면세점의 수익성 악화를 전망했다. 이 보고서는 “국내 면세 산업의 장기적 성장성에 대한 우려는 완화됐으나 보따리상 중심으로 면세점 매출 구조가 재편되면서 수익성을 둘러싼 우려는 오히려 커졌다. 국내 면세 시장의 실적전환 계기를 기대하기 어렵다”라고 예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