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라이트는=즉위식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나루히토 일왕이 ‘다카미쿠라(高御座)’에 올라 자신의 즉위 사실을 선포하고, 총리로부터 축하 인사를 받는 장면이다. 다카미쿠라는 일종의 ‘왕좌’로 8세기부터 중요 의식이 열릴 때 일왕이 사용하던 좌석이다. 이번에 나루히토 일왕이 사용한 다카미쿠라는 1913년 다이쇼(大正) 일왕 즉위 시기에 만들어진 것이다. 6.5m 높이의 다카미쿠라는 가로와 세로 6×6m의 정방형 단상(壇上)으로 무게가 무려 8t이나 나간다. 상단에는 팔각형의 덮개가 덮여 있는데, 이 덮개는 크고 작은 봉황과 세공품으로 장식돼 있다. 덮개 아래에는 일왕이 앉는 의자를 둘러싸는 장막이 있다.
다카미쿠라에는 일왕가의 상징물인 ‘삼종신기(三種神器·일본 고대부터 천황에게 황위의 표시로서 대대로 전해진 3가지 보물)’를 구성하는 검과 굽은 옥(玉)이 들어 있는 상자가 놓였다. 아울러 일왕이 헌법에 따라 국사(國事)를 볼 때 사용하는 국가 도장인 국새와 일왕 도장인 ‘어새’도 함께 둔다.
마사코(雅子) 왕비는 다카미쿠라보다 조금 작고, 덮개가 백로로 꾸며진 ‘미초다이’(御帳臺)에 올랐다. 이날 왕비는 무려 열두겹의 예복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들 부부는 전 일왕 때와 다른 등장으로 시선을 끌었다. 전 일왕은 복도로 걸어들어와 단상에 올랐는데, 이들 부부는 징 소리와 함께 장막이 걷히면서 이미 등단해 있는 모습을 연출했다. 이는 일왕의 존재를 보다 장엄하게 보이기 위해 기획된 것으로 해석된다.
◇새 일왕의 메시지는…“세계 평화·헌법 준수”=나루히토 일왕은 이날 “국민의 행복과 세계 평화를 항상 바라고 있다”며 “국민에 다가서면서 헌법에 따라 일본국과 일본 국민통합의 상징으로서 임무를 다할 것을 맹세한다”고 밝혔다. 이어 “국민의 예지와 해이해지지 않은 노력을 통해 일본이 한층 발전을 이루고 국제사회의 우호와 평화, 인류 복지와 번영에 기여할 것을 간절하게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이는 최근 일본의 안보 체제 정비 및 자위대의 각국 분쟁 가능성 등 전쟁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일왕의 메시지라 더 의미가 크다.
즉위의 선포가 끝난 뒤 아베 총리는 두 손을 들며 “즉위를 축하하며, 덴노헤이카 반자이(天皇陛下 萬歲)”를 삼창했다. 일본 측 참석자 역시 이 선창에 따라 “반자이(만세)”를 복창했다.
◇일본인들에게 주는 의미는?=일왕은 정무에 관여하지 않는 상징적 존재이지만, 아직까지도 ‘즉위식’이 일본인에게는 꽤나 큰 의미가 있다는 것처럼 보인다.
BBC 방송에 따르면 이를 증명하듯 몇몇 군중은 이날 아침부터 폭우에도 불구하고 왕궁 밖에 모습을 나타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 즉위식에 앞서 일본에서 마지막으로 즉위식이 열린 것은 1990년 아키히토가 정식으로 오른 때였다. 오랜 기다린 만큼 이날 행사도 ‘초호화’로 이뤄졌다. 이날 일왕 즉위식 행사에 들어간 정부 예산만 약 160억 엔(1724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NHK는 전했다. 과거 아키히토 전 일왕 즉위식보다 30%가량 더 투입된 셈이다.
세리머니가 시작되자 억수같이 내리던 바람과 비가 개였다. 일부 소셜 미디어 이용자들은 의식시간에 딱 맞춰 무지개가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포틀랜드 주립대학의 일본연구센터장인 켄 루오프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 계는 단지 5월 1일이 복합적인 기념일이라고 추정했지만, 진정한 축하는 지금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