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매사추세츠주 등 판매금지 조치…국내에선 법 개정까지 수입통관 강화
정부가 ‘쥴’로 대표되는 액상형 전자담배에 대해 판매금지를 비롯한 고강도 규제대책을 내놓은 데에는 미국발 ‘중증 폐손상’ 공포와 유사담배 난립에 대한 우려가 반영됐다.
23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이달 15일까지 미국에선 총 1479건의 액상형 전자담배로 인한 중증 폐손상 사례가 접수됐다. 이 중 사망 사례도 33건에 달한다. 중증 폐손상 환자의 79%가 35세 미만이었으며, 15%는 18세 이하였다. 중증 폐손상 사례 중 미성년자 비중이 높은 건 액상형 전자담배에 가향액 등이 함유돼서다.
여기에 다른 화학물질을 첨가하는 게 용이하다. 중증 폐손상 사례 중 78%는 대마 성분인 THC(테트라하이드로칸나비놀) 함유 제품을 사용했으며, THC 함유 액상에선 비타민E 아세테이트가 검출됐다. 미국은 폐손상의 원인을 화학물질 노출로 특정하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액상 담배는 독성이 있는 새로운 화학물질을 함께 흡입하기 때문에 더 위험성이 크다”며 “청소년들은 잘 보이지도 않고, 냄새도 안 나는 가향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이에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지난달 액상형 전자담배 원인물질 및 폐손상과 인과관계 조사가 완료될 때까지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 자제를 권고했으며, 식품의약국(FDA)은 사전판매허가를 받지 않은 가향(담배향 제외) 액상형 전자담배 판매를 금지할 계획임을 발표했다. 모든 액상형 전자담배는 내년 5월까지 FDA의 판매허가를 받기 위한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주정부별로 워싱턴과 로드아일랜드는 4개월간 담배향을 제외한 가향 액상형 전자담배, 매사추세츠는 모든 액상형 전자담배에 대해 판매금지 조치를 내렸다.
이 밖에 캐나다와 이스라엘, 말레이시아, 호주, 뉴질랜드, 인도, 중국 등도 액상형 전자담배에 대해 판매금지 조치를 내리거나 사용 자제를 권고하고 있다.
한국에선 최근 1건의 폐손상 사례가 접수됐다. 단 정부 권고에 따라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을 권고하고 증상이 호전돼 이달 초 퇴원했다.
하지만 한국은 즉각적인 판매금지 조치가 어렵다. 담배의 정의가 ‘잎’을 원료로 한 제품에 한정돼서다. 관세청 관계자는 “2016년 기획재정부가 줄기나 뿌리에서 추출된 니코틴은 담배사업법상 담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유권해석을 내렸다”며 “2016년 말부터 줄기나 뿌리에서 추출한 니코틴 수입이 급증했고, 올해에도 계속해서 증가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특히 유통 규제가 어려워 청소년에게도 쉽게 노출된다.
정부가 당장은 유해성 조사와 수입통관절차 강화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판매금지와 같은 보다 현실적인 규제를 위해선 담배의 정의를 넓히고 성분정보 제출을 의무화하는 방향의 담배사업법, 국민건강증진법 등 개정이 절실하다. 복지부 관계자는 “지금 상황에선 유통구조를 막는 게 아마도 가장 강력한 수단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