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 은행 대상, 오픈뱅킹 은행 앱 가입기
하나의 은행 애플리케이션으로 모든 은행 계좌에서 돈을 출금하거나, 이체할 수 있는 '오픈뱅킹'이 30일 본격 시범서비스에 돌입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기자가 직접 오픈뱅킹 서비스에 가입해보니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여러 은행에 계좌를 가지고 있는 사용자라면, 하나의 은행 앱으로 모든 은행 업무를 이용할 수 있어 편리했다.
하지만, 생각하지 못한 불편함도 찾을 수 있었다. 일부 안드로이드용 은행 앱의 경우, 인증 과정에서 국산 스마트폰이 아니면 인증이 되지 않았다. 외산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이용자들은 가입 자체가 불가능한 셈이다.
기자는 샤오미 '포코폰 F1'을 이용해 KEB하나은행에서 오픈뱅킹 가입을 시도해봤다.
우선 하나은행 모바일뱅킹 앱 서비스인 '하나원큐'에 접속해 로그인한 뒤, 하단의 오픈뱅킹 메뉴를 클릭했다.
그러자 "흩어져 있는 다른 은행계좌 조회·이체를 하나원큐에서 한 번에!"라는 안내와 함께 오픈뱅킹 서비스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나타났다.
하나은행 앱만으로 △은행마다 로그인할 필요 없이 입출금통장 거래내역을 볼 수 있고 △다른 은행 예·적금 잔액을 손쉽게 관리하고 △은행별로 가입한 펀드상품의 잔액도 편하게 확인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설명을 모두 확인한 후 서비스 가입하기를 누르면, 다음 페이지로 넘어간다. 여기서는 하나은행에 등록된 이메일 주소를 확인할 수 있으며, 이후 '스마트 간편인증'이 진행된다.
기자는 이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오류에 부딪혔다. 스마트 간편인증은 스마트폰의 기기정보와 통신사의 고객정보를 이용해 본인확인을 하는 서비스다. 문제는 국산 스마트폰은 상관이 없었지만, 외산 스마트폰은 기기정보를 읽어오지 못해 '본인 인증에 실패했습니다'라는 메시지만 계속 나타난다는 것.
하나은행 관계자는 "샤오미, 화웨이 등 외산 폰이나 해외 직구로 구입한 스마트폰은 기기정보를 읽어오지 못해 스마트 간편인증이 진행되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은행 관계자는 "이번 오픈뱅킹 서비스에서 그 부분에 대한 고려가 없었다. 아직 이를 대체할 방법이 없어서 (외산 스마트폰 사용자는) 당장은 이용하기 어려울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하나은행은 애플 아이폰용인 iOS 버전 '하나원큐'도 제공하고 있다. 이 역시 국내 정식 발매된 아이폰은 문제없이 사용할 수 있지만, 해외 직구한 아이폰의 경우 스마트 간편인증을 이용할 수 없어 현재로서는 사용이 어려운 실정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대형마트나 온라인을 통해 해외직구로 구매한 스마트폰은 모두 외산 폰으로 확인돼 스마트 간편인증이 진행되지 않아 현재 오픈뱅킹 서비스 가입이 어렵다"라며 "향후 변경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덧붙였다.
미리 서비스 가입진행 과정에서 이런 부분에 대한 공지가 이뤄졌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지만, 아직 시범서비스인 만큼, 향후 개선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일단 KEB하나은행에서의 오픈뱅킹 이용에는 실패했다. 하지만, 또다른 은행 서비스가 남아있으니 실망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두 번째로 시도한 것은 우리은행 모바일뱅킹 앱 '우리WON뱅킹'이다.
우리WON뱅킹에 로그인하자 첫 페이지 상단에 위치한 "OPEN" 메뉴가 눈에 들어왔다. 우리오픈뱅킹 서비스를 제공하는 메뉴다.
해당 메뉴를 클릭하면 우리오픈뱅킹에 대한 설명을 읽을 수 있다. 우리오픈뱅킹에선 다른 은행의 계좌들을 최대 50개까지 등록해 조회할 수 있으며, 등록된 계좌에서 우리은행 계좌로 출금이체 할 수 있다고 한다. 오픈뱅킹의 조회 수수료나 출금이체 수수료도 모두 면제된다.
서비스 안내 하단의 '다른 은행 내 계좌 등록하기' 메뉴를 클릭한 뒤, 우리오픈뱅킹 가입을 위해 약관에 동의하면 다음 페이지로 넘어간다. 이어 계좌 추가 메뉴를 클릭한 뒤 등록할 타 은행과 계좌번호를 입력한 후 ARS 인증 서비스를 거치면 손쉽게 본인인증이 이뤄진다.
이 과정을 통해서 타 은행 계좌 등록이 완료되면 우리오픈뱅킹을 곧바로 확인할 수 있다. 화면 하단에 계좌조회 및 출금이체 메뉴가 일목요연하게 배치돼 있어 이용하기 편했다.
KB국민은행 모바일뱅킹 앱 'KB스타뱅킹'의 경우, 애플 '아이폰8'을 이용해 오픈뱅킹 서비스 가입을 시도했다.
KB스타뱅킹에서도 로그인을 하면 첫 화면에서 '다른 은행'이라는 메뉴를 통해 오픈뱅킹 서비스를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었다. 다른 은행 계좌등록 버튼을 누른 후 등록할 은행과 계좌번호를 입력한 뒤, 각종 약관을 동의하면 ARS 인증을 거쳐 손쉽게 계좌를 등록할 수 있다. 타 계좌를 등록하는데 걸린 시간은 3분 정도에 불과했다.
우리은행이나 국민은행의 경우 ARS 인증을 통해 본인인증을 할 수 있다. 때문에 하나은행과 달리 외산 스마트폰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이런 기기 지원의 유연성은 은행별 모바일뱅킹 앱 서비스의 점유율에 다소나마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한편, 시범서비스가 시행된 첫날, 주요 은행의 모바일뱅킹 앱 이용자 수도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오픈뱅킹의 사용자 관심도가 상당하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다.
31일 시장조사기업 랭키닷컴에 따르면 이번 오픈뱅킹에 참여한 6대 은행(KB국민은행ㆍ신한은행ㆍ우리은행ㆍKEB하나은행ㆍNH농협ㆍIBK기업은행)의 모바일 앱 이용자 수를 분석한 결과, 전날 이용자 수는 10월 매주 수요일 평균 이용자 수보다 평균 36.5% 증가했다.
은행 별로는 우리은행 '우리WON뱅킹'이 133% 증가하며 가장 높은 성장률을 보였다. 하지만, 오픈뱅킹의 영향보다는 기존 원터치 개인뱅킹 앱에서 우리WON뱅킹 앱으로 전환하는 시기와 맞물리면서 이용자 수가 증가한 것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이어 신한은행 '쏠(SOL)'이 23.6% 늘었으며, KB국민은행 'KB스타뱅킹'이 22.7%, NH스마트뱅킹 'ONE UP'이 14.9%, IBK기업은행 'i-ONE Bank'가 13.4%, KEB하나은행 '하나원큐'가 11.2% 각각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