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효 SBI인베스트먼트 대표이사 인터뷰
“초기 단계 시리즈A 펀딩부터 투자한 셀리버리가 기업공개(IPO)를 통해 코스닥에 상장되면서 높은 수익을 거둬들였다. 다음으로 PH파마가 큰 폭의 차익을 시현할 것으로 기대한다.”
31일 서울 삼성동 본사에서 만난 이준효 SBI인베스트먼트 대표이사는 인터뷰 내내 거침없었다. 소탈하지만 오랜 경력에서 나오는 자신감어린 어조로 그동안의 실적과 앞으로의 비전을 얘기했다.
이 대표는 “셀리버리의 조대웅 대표와는 2013년에 우연히 다른 지인의 소개로 만났다”며 “기본적인 정보만 알고 있었는데 조 대표의 설명을 듣고 해외시장에서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조 대표와 수차례 미팅을 가지면서 시리즈A에 30억 원을 투자했고, 2차로 10억 원을 추가 투입했다”며 “IPO가 진행되고 회사가 상장특례 1호로 코스닥에 입성하면서 지금까지 잔여 지분을 조금 남기고 300억 원 이상을 회수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숫자도 중요하지만, 다른 기관투자자들에 앞서 가능성 있는 초기 기업을 발굴하고 기술력과 경험을 신뢰해 투자를 선도했다는 점이 셀리버리 투자와 회수 과정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이라고 떠올렸다.
SBI인베스트는 산업 전 영역을 담당하는 벤처투자본부(VC)와 사모투자본부(PE) 외에, 바이오헬스케어만 전문으로 심사하는 BH투자본부를 따로 뒀다. 셀리버리에 이어 초기 단계부터 들어간 PH파마를 통해 높은 수익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PH파마는 현재 특례상장을 위한 기술성평가를 신청하면서 IPO를 추진 중이다.
지분 매각으로 투자금 회수(엑시트) 직전인 와이팜 역시 효자 종목으로 꼽힌다. SBI인베스트는 올해 에이스토리, 세틀뱅크, 아이스크림에듀, 줌인터넷, 엔바이오니아, 플리토 등 포트폴리오의 IPO 성과를 거뒀다.
이 대표는 “작년까지 투자에 집중했다면 올해는 IPO 9건과 인수합병(M&A) 등을 포함해 2000억 원 규모를 회수했다”며 “펀드를 조성할 때 10% 이상 본계정 지분을 넣고 있기 때문에, 엑시트와 재투자의 선순환 구조를 이어가려면 자본력이 받쳐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내년에는 VC부문 1000억 원, PE는 프로젝트펀드를 포함해 1500억 원으로 총 2000억~2500억 원 규모의 신규투자를 계획하고 있다”면서 “IPO는 10건, 순이익은 100억 원 이상 내는 것이 경영목표”라고 덧붙였다.
이어 “밸류에이션 300억 원 이하 기업에 투자해 성장시켜 나가는 방향으로 잡았다”며 ”프리IPO와 메자닌 단계도 해봤지만, 단기간에 수익이 돌아오는 대신 시장 리스크를 안고 가기 때문에 이를 최소화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SBI인베스트는 현재 25개의 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운용자산(AUM)은 1조1290억 원 규모다. 40명의 임직원 중 심사역은 19명이다. SBI그룹 계열사로 타사보다 관리인력이 많다는 설명이다.
이 대표는 2011년 초 회사에 합류했다. 1998년 한국증권선물거래소(현 한국거래소)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해 2000년 다산벤처(현 한국벤처투자)와 2005년 한화기술금융(현 한화인베스트먼트)을 거쳐 이곳으로 왔다.
20년간 정부투자기관과 대기업계열, 글로벌 외국계를 두루 역임한 그의 이력은 업계에서 강점으로 꼽힌다. 이 대표가 들어올 당시 SBI인베스트의 AUM은 2500억 원 수준이었다.
그는 “여기에 들어온 이후 9년 동안 좋은 인력들과 일하면서 회사가 많이 성장했다”며 “개인적으로는 그동안의 투자 경험을 활용해 기술력이 뛰어난 업체를 발굴하고 신뢰 관계를 형성해, IPO 이후에도 밸류를 키워나가는 게 벤처캐피탈리스트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일본의 수출규제에서 비롯된 한일 양국 관계 악화로 인한 세간의 곱지 않은 시선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1986년 설립된 한국기술투자는 2010년 일본계 SBI그룹이 인수하면서 경영권을 쥐고 있다. SBI홀딩스가 홍콩과 한국의 현지 투자회사를 거쳐 SBI인베스트 지분 43.6%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자리한다.
이 대표는 “회사 상장이 1989년이다 보니 대주주를 제외한 수많은 개인투자자가 오랜 기간 퍼졌다”며 “경영권이 그룹에 있을 뿐 운용하는 펀드 80~90%가 한국의 기관투자자 돈이고, 여기에서 나오는 수익도 되돌아가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까지 배당을 한 적이 없는데, 한다고 해도 한국에 더 가고 일본은 수십억 원 수준”이라며 “투자하는 기업 비중 역시 국내가 85~90%로 나머지는 중국과 미국 등에 10% 정도”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