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만 원대에 달하는 홈쇼핑 패션이 인기다. 유통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가성비ㆍ가심비로 대표되던 홈쇼핑 업계가 최근 패션 고급화로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과거 유명 디자이너와 손잡고 브랜드를 론칭하거나 자체 제작 브랜드를 선보이는 데에서 나아가 소재 고급화를 통해 백화점 패션 못지않은 프리미엄 패션을 판매하는 식이다. 기존 홈쇼핑에서 보기 힘든 수백만 원대 프리미엄 패션임에도 높은 주문금액을 기록하며 매진 행보를 이어가고 있어 눈길을 끈다.
롯데홈쇼핑은 자체 패션 브랜드 ‘LBL’의 이번 시즌 최고가 상품인 ‘친칠라 피아나 후드 롱코트(390만 원대)’가 9월 론칭 이후 총 4회 방송을 통해 현재까지 2000세트가량 판매됐고 주문금액은 51억 원 이상을 기록했다고 5일 밝혔다. ‘친칠라 피아나 후드 롱코트’는 9월 첫 방송에서 60분 동안 주문 수량 1000건, 주문금액 30억 원을 기록해 준비된 수량을 모두 판매했다.
캐시 울과 친칠라 모피가 어우러진 이 코트는 기존 홈쇼핑에서 접할 수 없던 최상급 제품이다. 친칠라는 다람쥣과의 동물로, 실크처럼 부드럽고 섬세한 촉감의 털이 특징이다. 밍크보다 상위 등급으로 평가되며 세이블(족제비)과 함께 최상급 모피로 분류된다.
LBL이 최초로 선보인 남성 ‘제냐 캐시미어 코트(190만 원대)’도 지난달 방송에서 주문 수량 180벌, 주문금액 2억5000만 원을 기록했다. 롯데홈쇼핑은 ‘명품과 견주어도 손색없는 옷을 홈쇼핑에서도 만들어 보자’라는 목표로 1년여간 최상급으로 꼽히는 ‘제냐’ 원단을 도입해 ‘제냐 캐시미어 코트’를 제작했다.
최근 프리미엄 패션사업 확대를 선언한 현대홈쇼핑의 ‘캐시미어 100% 리버시블 맥시 롱 후드 코트(139만 원)’는 지난달 18일 론칭 방송에서 30분 만에 약 6억 원의 주문금액을 기록했다. 현대홈쇼핑은 몽골 캐시미어 전문기업 ‘고비(GOBI)’사와 손잡고 이번 시즌 코트·니트·원피스 등 다양한 캐시미어 의류를 선보였다. 현대홈쇼핑은 상품 판매 추이와 고객 반응 등을 살핀 뒤 고가(야마 캐시미어) 및 유기농(고비 오가닉) 라인 등도 추가 론칭할 예정이다.
아울러 현대홈쇼핑은 정구호의 ‘J BY’, 앤디앤뎁(김석원·윤원정 디자이너)의 ‘A&D’에 이어 국내 최정상 디자이너로 꼽히는 이상봉 디자이너와 손잡고 프리미엄 패션 브랜드 ‘이상봉 에디션’을 지난달 론칭했다. 현대홈쇼핑은 ‘이상봉 에디션’을 통해 이번 시즌 밍크와 캐시미어 등 보온성이 뛰어난 프리미엄 소재를 적용한 12개 상품을 내놓는다. 가격은 최고 200만 원대로 책정했다.
CJ오쇼핑의 디자이너 브랜드 ‘칼라거펠트 파리스(KARL LAGERFELD PARIS)’의 ‘프리메라 토스카나 롱코트(139만 원)’는 지난달 12일 론칭 방송에서 29분 동안 10억 원의 주문금액을 올렸다. 프리메라 토스카나 롱코트는 최상위 등급 소재로 분류되는 스페인산 토스카나(생후 6개월 미만 어린 양의 가죽) 원피를 사용한 제품이다.
GS샵도 디자이너 손정완과 만든 패션 브랜드 ‘SJ WANI(에스제이 와니)’를 통해 99만 원짜리 무스탕 리버시블코트를 이달 중 론칭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오프라인, 온라인을 막론하고 유통채널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홈쇼핑만이 선보일 수 있는 아이템을 찾기 위한 경쟁도 한창”이라며 “그중에서도 패션사업은 단독 제품을 출시하기 좋은 만큼 디자이너와의 협업, 자체 브랜드 론칭 등을 통해 차별화를 추구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최근에는 홈쇼핑업계가 백화점에서나 볼 수 있던 프리미엄 제품까지 다양하게 선보이고 있다”며 “수백만 원짜리 제품이 기대 이상으로 팔려나가는 만큼 업체들은 홈쇼핑 패션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