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형의 오토 인사이드] 봇물 터진 가솔린 SUV…디젤과 뭐가 달라?

입력 2019-11-18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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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젤 살생부 확산에 가솔린 SUV 인기…리터당 10km 수준의 고연비까지 달성

▲디젤에 대한 불신이 확산하면서 가솔린 SUV에 대한 수요가 점진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대형 SUV는 가솔린 엔진의 차고 넘치는 회전수를 십분활용해 고성능 영역에도 도전한다. 사진은 V8 4.4리터 고성능 가솔린 엔진을 얹은 BMW X6와 X5 M의 모습. (사진제공=BMW글로벌미디어)

2015년 독일 폭스바겐의 ‘디젤 게이트’를 시작으로 전 세계 자동차 시장이 뒤집혔다.

디젤차에 비싼 돈을 들여 ‘배기가스 저감장치’를 장착했지만 드러난 실상은 무용지물이었다.

인증 과정, 즉 실험실에서 부지런히 작동하던 저감장치가 도로 위에 올라오면 작동을 멈췄다.

‘가솔린보다 오히려 더 친환경적’이라는 명제는 설 자리를 잃었고, 디젤에 대한 신뢰도 추락했다.

때마침 우리나라는 ‘미세먼지’가 사회적 관심사로 떠올랐다.

‘수도권 노후 경유차 서울 도심 진입 제한’이라는 디젤차 살생부까지 등장했다.

트렌드에 민감한 소비자들이 미련 없이 디젤을 버리고 가솔린을 선택하기 시작한 때가 이 무렵이다.

준중형 SUV는 직렬 4기통 1600cc급 가솔린 엔진으로, 중형 SUV는 2000cc 가솔린 터보 엔진을 얹고 경쾌한 주행능력을 뽐내는 중이다.

그렇다면 디젤과 가솔린 엔진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흔히 “힘은 디젤이 좋고 가솔린은 약하다”는 편견이 가득하다. 그러나 상황에 따라 각각의 장단점이 뚜렷하다. 이는 엔진의 구동원리를 깨달으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먼저 디젤 엔진이 본격적으로 확산한 계기부터 살펴보자.

시작은 1980년대 독일 ‘메르세데스-벤츠’가 부품기업 보쉬와 커먼레일 디젤을 개발하면서부터다.

디젤을 고압으로 분사해 큰 힘을 내는 커먼레일 방식이 등장했던 때다. 물론 특유의 소음과 진동도 획기적으로 줄였다.

고압 분사 원리는 간단하다. 아궁이에 커다란 장작 10개를 던져 넣으면 불은 오히려 사그라진다. 타는 데 시간도 오래 걸린다. 이게 압축비 10바(bar)다.

반면 이 장작을 A4용지 크기로 쪼갠 다음, 1600장으로 나눠 넣으면 불은 순간적으로 타오른다. 바로 고압 직분사 1600바(bar)다.

압축비를 1800~2000바 수준으로 높이면 더 잘 탄다. 디젤 엔진 성능이 크게 향상된 원리다. 압축비를 더 올릴 수도 있지만 엔진 블록이 아직 그런 압력까지 견디지 못한다.

연소방식도 가솔린과 다르다.

디젤은 엔진을 압축해 폭발시키고, 가솔린은 스파크 플러그를 이용한 불꽃 점화다.

연료를 압축하는 디젤 엔진은 엔진 피스톤의 상하운동이 길다.

이 때문에 여러 번 왕복운동(엔진 회전 수)하기 어렵다. 회전 수 한계치(약 4000rpm)가 가솔린보다 좁은 것도 이 때문이다.

반대로 가솔린 엔진은 피스톤의 상하운동 거리가 짧다.

상대적으로 디젤보다 피스톤 운동이 빠르고 여러 번(엔진 회전 수) 왕복할 수 있다. 가솔린 엔진의 회전 수 한계치(약 6000rpm)가 더 높은 것도 이런 원리 때문이다.

순간적인 힘은 물론 디젤이 더 크다. 피스톤이 위에서 내려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디젤 엔진이 커다란 해머로 ‘한 방’에 내리치는 방식이라면, 가솔린 엔진은 작은 장도리로 ‘여러 번’ 내리치는 형태다.

디젤의 최대 토크(순간적 파워)가 가솔린을 크게 압도하지만, 고회전에 오르면 가솔린이 한결 유리한 것도 이런 원리 때문이다.

디젤 엔진은 오르막을 오를 때 낮은 회전 수로 성큼성큼 오를 수 있다. 반면 힘이 모자란 가솔린 엔진은 높은 회전 수를 쓰며 힘겹게 올라가야 한다.

▲디젤 게이트 이후 가솔린 SUV의 수요가 점진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이들은 솜털처럼 가볍고 조용한 것은 물론, 웬만한 고성능 승용차를 가볍게 제칠 수 있는 고성능까지 지녔다. (사진제공=BMW글로벌미디어)

고속도로에선 가솔린의 장점이 오롯이 드러난다. 디젤은 회전 수 한계(약 4000rpm) 탓에 높은 회전 수를 써야 한다.

반대로 회전 수 영역(약 6000rpm)이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가솔린 엔진은 고속에서 더 여유롭고 더 빠르게 달릴 수 있다. 물론 최고 속도 역시 가솔린이 한결 높다.

최근 가솔린 SUV는 예전처럼 대배기량이 아니다. 엔진 기술이 발달하면서 낮은 배기량으로도 넉넉한 힘을 낼 수 있다. 준중형 SUV는 1600cc급, 중형 SUV 역시 2000cc급 가솔린 엔진이면 충분하다.

반대로 대형 SUV는 여전히 V6 3000cc급 엔진을 얹는다. 직렬 4기통보다 한없이 조용하고 부드러우며 더 육중한 힘을 낼 수 있다. 배기량이 높은 것은 ‘최고급’이라는 상징적 이유도 존재한다.

대배기량 가솔린 엔진을 얹은 대형 SUV라면 웬만한 중형차 정도는 가볍게 룸미러에 가둘 수 있을 만큼 뛰어난 성능도 지니고 있다.

디젤 엔진이 신뢰를 잃어버린 사이, 가솔린 엔진은 점진적으로 SUV 시장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디젤에 대한 불신과 미세먼지 논란, 나아가 예전보다 개선된 엔진 및 연비 기술이 맞물렸기 때문이다.

이런 분위기를 타고 당분간 고급 및 대형 SUV 시장에서 가솔린 엔진의 존재 당위성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에선 현대차 팰리세이드가 대배기량 가솔린 엔진을 얹은 대표 모델이다. 국내 가솔린 SUV 역사상 가장 높은 V6 3.8리터 엔진을 얹어 최고출력이 물경 295마력에 달한다. (사진제공=현대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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