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권사 최고경영책임자(CEO)의 상당수가 내년 1분기에 임기가 만료될 예정인 가운데 대규모 물갈이가 이뤄질지 주목된다. 대체로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실적이 양호한 수준이어서 연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자기자본 기준 상위 20곳의 증권사 가운데 10곳이 내년 1분기 말(3월 말)까지 CEO의 임기가 끝난다.
대표적으로 미래에셋대우와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대신증권, 유안타증권, 교보증권, 현대차증권, DB금융투자, IBK투자증권, SK증권 등이다.
올해 국내 증시의 부진과 미·중 무역 갈등, 홍콩 시위 사태 등 열악한 영업 여건을 고려하면 작년보다 실적이 개선된 증권사인 경우, CEO들이 연임에 성공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업계 1위인 미래에셋대우는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순이익이 5253억 원으로 2017년 기록한 연간 최고 순이익(5049억 원)을 3분기 만에 뛰어넘어 최현만 수석부회장과 조웅기 부회장의 연임에 힘이 실린다.
최현만 수석부회장은 1999년 미래에셋 창립 멤버이고 조웅기 부회장은 2018년 12월 사장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한 지 1년밖에 지나지 않아 교체 가능성이 크지 않다.
NH투자증권은 오너 체제가 아니라서 CEO 교체기마다 외풍이나 외압 논란에 시달린 경험이 있다. 하지만 정영채 사장이 취임한 지난해 순이익 3615억 원, 올해 초부터 3분기까지 누적 순이익 3599억 원으로 2년 연속 역대 최대 실적을 눈앞에 두고 있어 연임 가능성이 크다.
NH투자증권은 기업금융(IB) 부문 영업이익이 올해 초부터 3분기까지 2099억 원으로 이 부문 작년 연간 영업이익(1601억 원)을 넘어섰고, 올해 기업공개시장(IPO) ‘대어’로 주목받은 현대오토에버를 상장 주관하는 등 정영채 사장 취임 후 질적인 면에서도 좋은 성과를 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사장도 3분기 누적 순이익 5333억 원으로 작년 동기(4109억 원)보다 29.8% 증가하는 실적을 냈고, 취임한 지 1년밖에 지나지 않아 연임이 예상된다. 한국투자증권은 임원들의 임기를 1년으로 하고 매년 다시 계약하는 시스템을 갖췄다. 최장수 CEO 타이틀을 가진 유상호 전 사장(현 부회장)도 12년 동안 11차례 연임한 바 있다.
김해준 교보증권 대표와 이용배 현대차증권 사장, 김영규 IBK투자증권 사장, 김신 SK증권 사장 등도 회사가 3분기까지 누적 순이익이 작년보다 증가해 연임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작년보다 다소 부진한 실적을 낸 곳은 분위기 쇄신 등을 이유로 CEO가 교체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나재철 대신증권 대표는 2012년 4월 취임한 이후 두 번의 연임을 거쳐 8년 동안 CEO 자리를 지켜 세대교체가 이뤄질지 주목된다. 대신증권은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순이익이 작년(1477억 원)보다 38% 감소했다.
또 유안타증권은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순이익이 614억 원으로 작년(917억 원)보다 33% 줄어 동양증권 시절부터 CEO로 재직해온 서명석 사장의 거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DB금융투자는 3분기 누적 순이익 486억 원으로 작년(672억 원)보다 27.7% 감소해 고원종 사장 연임 여부도 주목된다.
이 밖에도 SK증권은 올해 초부터 3분기까지 누적 순이익이 285억 원으로 작년 동기(100억 원) 대비 184.7% 증가했지만, 지난해 7월 최대 주주가 J&W파트너스로 변경됐고 김신 사장이 2013년 12월부터 6년 동안 자리를 지켜온 만큼 세대교체를 위한 인사가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