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은 총재는 29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끝난 뒤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성장과 물가전망치가 하향 조정됐지만 7월 10월 두 차례 기준금리를 인하한 점을 고려했을 때 거시경제와 금융 안정성에 대해서 어떻게 될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라며 금리동결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그는 “한은은 성장세 회복을 뒷받침하고 물가둔화압력을 완화해 나갈 것”이라며 “주요 대외리스크 요인의 변화와 국내금융 및 경제 상황에 미칠 영향을 종합적으로 살펴보겠다”라고 말했다. 다만 이번 금통위에서는 신인석 위원이 금리를 0.25% 인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소수의견을 냈다.
이날 한은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1.25% 수준에서 동결했다.
다음은 이 총재와의 일문일답.
- 올해 한국경제 상황은 어떻게 보나. 내년부터 본격적인 회복세가 나타날 것으로 보는지.
“올해와 내년의 성장률 전망치는 잠재성장률에는 미치지 못한다. 국내 경기 흐름은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현재 바닥을 다져나가는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다소 등락은 있을 수 있으나 흐름을 보면 현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다가 내년 중반경부터는 글로벌 불확실성 완화와 IT업계가 개선되는 것이 지배적이기 때문에 수출과 설비투자를 중심으로 완만하게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내년 전망치가 잠재성장률에 못 미치는 것을 보면 우리 경제의 성장 모멘텀이 강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 ‘두 차례 금리인하 효과를 지켜보겠다’라는 문구를 삭제했다. 문구 삭제가 함의하는 부분이 뭔가.
“지난 7월과 10월, 두 차례 금리를 인하했는데, 그 영향에 대해서는 점검을 좀 더 강화해야겠다는 얘기를 강조하는 차원에서 문구를 넣었다. 의결문에 기준금리 인하의 효과를 지켜본다는 표현이 들어가거나 빠지는 것이 향후 금리정책 방향을 시사하기 위한 것은 아니다.”
- 최근 원화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다. 통화정책 운용에 미치는 영향은 없나.
“(우리나라 같은) 소규모 개방경제의 경우에는 환율이 국내 금리뿐 아니라 대외여건 변화에도 영향을 받기 때문에 금리정책은 환율변동 그 자체보다도 그것이 국내금융과 경제상황에 미치는 상황을 고려해서 정책 운용에 반영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환율 변동성이 커진만큼 유의하면서 통화정책을 운영해 나가겠다.”
- 앞으로 한은이 통화정책 외에 국채 매입 등을 선택할 수 있는지.
“금리정책의 여력이 소진된다면 금리 이외의 정책 방향을 준비해둘 필요가 있다고 보고 관련 연구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었다. 하지만 현재는 어떤 특정 수단을 염두에 두지 않고 비전통적 정책 수단을 폭넓게 살피는 수준이다.”
- 최근 3개월물 CD금리가 상승하면서 스프레드가 확대되고 있다. 이에 대해서 어떤 의견인가.
“CD금리가 상승해서 기준금리와의 스프레드가 확대된 건 은행들이 신(新) 예대율을 충족시키려고 일시적으로 CD 발행을 확대한 것이지 자금이 부족해서는 아니다. 콜금리 시장을 보면 국내은행 간 콜금리는 일 평균 1.23%로 기준금리 수준에서 안정적인 모습이다. 한은은 단기자금시장 상황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원화 유동성을 여유롭게 관리하겠다.”
- 국내 반도체 시장의 반등 시점과 회복세는 어느 정도로 보는지.
“최근 반도체 경기는 메모리반도체의 단가 하락세가 주춤하고 반도체 경기와 관련된 선행지표도 개선되고 있다. 반도체 업황에 대해선 관련 전문기관의 예측을 참고한다. 전문기관은 이러한 추세에 대해서 가격 추이라던가 관련 선행지표 움직임은 내년 중반쯤에는 반도체 경기가 회복국면에 들어설 것으로 보인다. 다만 회복의 정보는 활황이었던 2018년 수준은 아닐 것으로 본다.”
- 향후 미‧중 분쟁 추이에 대해서 한은의 시나리오는.
“한때 확대됐던 불확실성이 최근에는 양국 간의 타협 여지가 생기면서 증발한 것이 사실이다. 앞으로는 미‧중 분쟁이 더이상 악화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는 게 일반적인 견해다. 예상대로 미‧중 무역분쟁이 완화된다고 한다면 투자증대를 기대할 수 있고, 그것이 글로벌 교역을 확대하고 궁극적으로 수출에 기여할 것으로 본다.”
- ‘두 차례 기준금리 인하 효과를 살펴보겠다’라는 문구 빠진 것에 대해 이미 효과를 한은이 판단한 것은 아닌가.
“통화정책을 결정하면 파급경로가 어떻게 작동되는지 파악하는 건 늘 하는 일이다. 궁극적으로 실물로 나타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금리 인하에 1차적인 단기적인 효과는 점검하고 있다. 인하 시점 실기론과 결부시키는 건 이해를 못 하겠다. 금통위원도 답변하지 않는 건 전혀 연결하는 부분이 아니라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