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가 장기 침체에 빠지면서 기업 구조조정과 감원 바람이 불고 있다. 올 들어 국내 기업 5분의 1이 직원을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대기업은 세 곳 중 한 곳에서 감원이 이뤄져 구조조정이 더 거셌다.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기업 814곳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올해 21%의 기업이 인력 구조조정을 진행했다고 답했다.
기업규모별로는 대기업의 33%, 중견기업 25%, 중소기업 20%가 직원을 줄였다. 이들의 42%가 감원규모를 지난해보다 늘렸다고 밝혔다. 작년보다 비슷하거나 적은 곳은 33%에 그쳤다. 경영여건 변화에 따른 인력조정은 일상적이지만, 올해 감원 폭이 더 컸다는 얘기다.
구조조정 이유는 ‘업황과 경기 침체에 따른 경영난 심화’(21%, 복수응답)를 가장 많이 꼽았다. 다음으로 조직재정비(19%)와 경영 효율화(13%), 목표 미달에 대한 책임 부과(8%), 신규 채용을 위한 기존 직원 해고 및 최저임금 인상(각각 6%) 때문이었다. 내보낸 사람들은 주로 희망퇴직자, 저성과자, 정년임박 근로자, 고액연봉자들이었다.
기업실적 악화가 고용 축소로 이어지고, 생산성 낮은 직원들부터 감축의 대상이 되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올해 기업들의 경영상황은 최악이다. 한국거래소와 상장회사협의회가 12월 결산 유가증권시장 579개 상장사의 연결재무제표를 분석한 결과, 올해 3분기까지 전체 매출액이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0.29% 증가하는 데 그쳤다. 반면 영업이익은 38.77%, 순이익은 45.39%나 줄어들었다. 영업이익과 순이익 감소폭은 연결재무제표를 작성한 2011년 이후 가장 크다.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은 작년 9.05%에서 올해 5.53%로, 순이익률도 6.73%에서 3.66%로 반 토막 났다.
미·중 무역분쟁 이후 세계 수요 감소로 수출 의존도가 큰 우리 산업 경기가 직격탄을 맞은 요인이 크다. 거의 모든 주력 산업이 엉망이다. 한국 경제를 지탱해온 반도체와 석유화학뿐 아니라, 자동차, 유통, 건설, 기계, 철강, 섬유의복 등의 수출이 부진하고 영업실적은 뒷걸음치고 있다. 내수도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게다가 최저임금 과속 인상,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근로시간 단축 등이 기업의 생산성과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비용부담만 키워 수익성을 악화시키고 있다. 기업들은 살아남기 위한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 해고(lay-off) 말고 달리 방법이 없다. 내년이라고 상황이 나아질 전망은 어둡다. 성장률과 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낮다.
기업활력을 높여 투자와 고용을 늘려야 해결될 수 있다. 기업들이 온갖 정책리스크에 발목잡혀 경영의 어려움을 겪는 상황부터 해소돼야 한다. 감원의 공포는 이미 현실인데, 정부는 별 위기감도 없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