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에 이어 백화점도 설 선물세트 사전 예약판매에 돌입했다. 다만 공정거래위원회의 판촉비 보상 지침 관련 해석이 모호한 만큼 백화점들은 조심스러운 분위기가 역력하다. 신세계와 현대백화점이 신선식품 등 직매입 상품 위주로 사전 판매에 나선 가운데 롯데백화점은 사전 예판 없이 본판매부터 시작하다는 계획이다.
신세계백화점은 내달 5일까지 총 21일간 설 선물세트 예약 판매에 나선다고 16일 밝혔다. 예약 판매 품목은 배, 사과, 곶감, 샤인머스켓 등 농산 40품목, 한우 등 축산 33품목, 굴비, 갈치, 전복 등 수산 30품목, 건강식품 52품목, 와인 39품목 등이다. 지난 설보다 15품목을 늘린 총 265여 가지를 선보이고 있지만, 대부분 직매입이 대부분인 신선식품에 초점이 맞춰졌다.
이 기간에 구매하면 정상가격 대비 최대 65% 가량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고, 전국 어디나 원하는 날짜에 배송이 가능하다. 명절 최고 인기 상품으로 꼽히는 한우는 5~10%, 굴비는 최대 30%, 청과는 5~10%, 곶감ㆍ건과는 15~20%, 와인은 최대 65%, 건강식품은 20~50% 가량 할인된다.
같은 기간 현대백화점은 역시 ‘2020년 설 선물세트 예약 판매’를 진행한다고. 압구정본점·무역센터점·목동점을 시작으로 오는 20일부터는 천호점·중동점·부산점이, 23일부터 판교점·신촌점·미아점 등 9개 점포가 순차적으로 참여한다.
현대백화점은 해당 기간 동안 정육, 수산물, 청과, 가공식품 등 명절 대표 선물세트 200여 개를 선보인다. 특히, 1등급 등심·불고기로 구성된 현대 특선한우 화(花) 23만 원(판매가 25만 원), 영광 참굴비 죽(竹) 30만 원(판매가 32만 원), 현대 멸치세트 난(蘭) 9만6000원(판매가 12만 원), 제주 과일 혼합 난(蘭) 7만5000원(판매가 8만 원), 대상 청정원 D5호 4만9800원(판매가 7만1900원) 등 일부 인기 품목은 5~30% 할인 판매한다.
이와 달리 롯데백화점은 사전 예약 판매 없이 내달 중 바로 본 판매에 나서기로 했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설 선물 사전예약보다는 본 판매에 집중하기로 했다”며 “설 선물 판매에서 본판매 비중이 95% 이상”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공정위의 지침이 모호하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고 해석한다. 공정위는 내년 1월부터 백화점 할인 때 할인에 따른 비용 부담을 어떻게 하느냐에 관한 ‘대규모 유통업 분양의 특약매입거래에 관한 부당성 심사 지침’을 시행한다.
통상 백화점이 할인 행사를 진행할 때 입점 업체들은 각자 할인율을 정해 세일 행사에 돌입한다. 이 때 할인액을 일종의 마케팅 비용으로 보고 공정위는 이를 백화점과 입점업체가 절반씩 부담하라고 지침을 내린 것. 입점 업체가 스스로 할인행사 시행 여부나 내용을 결정하면 자발적인 결정으로 분류돼 예외로 인정받지만, 자발성의 기준이 모호하다. 자칫 새 지침에 저촉될 우려도 높다.
이 때문에 신세계백화점과 현대백화점 역시 공정위 지침에 적용되지 않는 직매입 상품 위주로 사전 예약 판매 행사를 진행하고, 협력 업체로부터는 자발적인 참여를 받았다.
아울러 경기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최근 백화점들의 사전 예약 판매가 대형마트에 비해 저조하다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지난 추석 이마트와 롯데마트, 홈플러스의 추석 선물 사전 예판 매출 증가율은 50% 내외 수준을 보였지만, 현대백화점을 제외한 롯데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 등은 한 자리 수에 머무른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