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형의 오토 인사이드] 2020년 수놓을 국산 주력 신차들

▲지난달 미국 LA모터쇼를 통해 공개된 현대차의 다음세대 SUV 콘셉트인 '비전T'의 모습. 내년에 등장할 4세대 투싼은 이 비전T를 밑그림으로 등장한다. (사진제공=현대차)

2019년 현대자동차가 슈퍼 신차 출시 사이클을 맞은 한 해였다. 21세기 들어 세 번째다.

자동차 업체는 모델별로 제품 교환 주기를 지닌다. 변경 폭에 따라 수식어도 다르다.

예컨대 차 안팎을 완전히 바꾸는 ‘풀모델 체인지’가 가장 화끈하게 바뀐다. 변화의 폭이 큰 만큼, 전혀 다른 새 차로 보는 게 맞다. 차의 뼈대(플랫폼)까지 바꾸면서 1세대와 2세대 등으로 구분한다.

그보다 한 단계 낮은 변화가 ‘마이너 체인지’다. 하나의 플랫폼을 바탕으로 디자인과 인테리어 등을 업그레이드한다. 변화의 폭이 더 좁은 경우가 ‘페이스리프트(부분 변경)’다. 플랫폼과 엔진, 변속기 등을 유지한 채 앞모습과 뒷모습만 바꾼다. 더 낮은 단계는 ‘모델 이어(Year)’ 즉 연식변경 모델이다. 언뜻 보면 변화의 폭을 가늠할 수 없을 만큼 소폭만 바뀐다.

변신의 폭은 △연식변경→△페이스리프트→△마이너체인지→△풀모델체인지 순서로 변화의 폭이 커지는 셈이다.

▲제네시스는 G80 풀모델 체인지를 내년에 선보인다. 올해 출시를 예정했으나 신차가 봇물을 이루면서 내년으로 시점을 미뤘다. 사진 아래는 연구개발 담당 임원을 대상으로 치러진 독일 현지 주행테스트 모습. (사진제공=현대차)

◇제품 교체주기 겹치면서 등장한 ‘신차 슈퍼 사이클’=풀모델 체인지의 사이클도 제각각이다.

경쟁이 치열한 준중형차의 경우 5년마다 신차를 내놓는다. 반대로 경쟁이 상대적으로 덜 치열한 등급에서는 7년 또는 10년마다 신차(풀모델 체인지)를 내놓기도 한다.

예컨대 현대차의 대표적인 준중형차 아반떼는 5년마다 신차가 나온다.

스텔라 후속으로 엘란트라가 1990년에 등장했다. 현대차는 엘란트라를 1세대 아반떼로 간주한다. 이후 △아반떼(1995년) △아반떼XD(2000년) △아반떼HD(2005년) △아반떼MD(2010년) △아반떼AD(2015년) 순서로 새 차가 나왔다.

이를 따져보면 7세대 아반떼(CN7)가 2020년에 등장할 것이라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다.

경쟁이 치열한 쏘나타급의 중형차도 5년 단위로 신차를 내놓는다.

반면 상대적으로 경쟁이 덜 치열한 중형 SUV 싼타페는 7년 주기로 풀모델 체인지가 나온다.

고급 대형차의 신모델 출시 주기는 10년에 가깝다. 1999년 등장한 에쿠스는 2008년 2세대로 거듭났다. 뒤를 잇는 EQ900은 2017년에 본격 시판됐다.

모델별로 제각각이던 제품 주기가 교묘하게 포개진 때가 바로 2019년이었다. 올해가 ‘신차 슈퍼 사이클’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2008년 리먼 쇼크 이후 현대ㆍ기아차는 비약적인 양적 성장을 거듭했다.

성능과 내구성이 급성장한 것은 물론, 안정적인 디자인도 힘을 보탰다. 나아가 새로운 추세를 발 빠르게 신차에 도입한 것도 주효했다.

제품 교체 주기가 빨라지면 그만큼 차 시장에서 인기를 끌 주요 장비를 발 빠르게 채워 넣을 수 있다.

최근 현대ㆍ기아차는 마이너체인지를 생략하고 제품 교체주기의 중간쯤에 ‘페이스리프트’를 내놓고 있다.

5년마다 새 차가 나오는 아반떼의 경우 중간 기점에서 디자인을 바꾸는 것. 이름만 따져보면 단순하게 디자인만 소폭 변경하는 ‘페이스리프트’지만 변화의 폭을 화끈하게 키운 게 특징이다.

사실상 풀모델 체인지에 가까운 변화를 시도하는 것이다.

최근 출시와 함께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현대차의 그랜저는 명목상 그랜저IG의 페이스리프트 모델이다. 그러나 차 안팎의 디자인을 화끈하게 바꾸면서 단순 ‘페이스리프트’ 차원을 넘어선다.

“자동차 회사는 신차를 먹고 산다”는 게 정설인 만큼, 변화의 폭을 확대한 부분변경 모델은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어내며 실적에 보탬이 된다.

▲현대차는 내년 상반기 준중형 세단 아반떼의 7세대(CN7) 모델을 선보인다. 신형 쏘나타(DN8)보다 제품 역사가 짧지만 풀모델 체인지 교체주기가 짧아 벌써 7세대를 준비 중이다. 새 모델은 레벨 2.5 수준의 자율주행 시스템을 바탕으로 다양한 첨단장비를 가득 채워넣을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은 6세대 아반떼 페이스리프트 모델. (사진제공=현대차)

◇7세대 아반떼와 4세대 투싼 출시 앞둔 현대차=지난해 연말 팰리세이드를 출시하고 올해부터 본격적인 판매에 나선 현대차는 대형 SUV 붐을 다시 일으켰다.

동시에 8세대 쏘나타와 그랜저IG 페이스리프트 모델, 엔트리급 SUV 베뉴 등을 내놓으면서 내수시장에서 톡톡히 재미를 봤다.

주요 모델이 이처럼 쏟아진 사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시장이 위축됐지만, 신차 효과를 앞세워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끌어냈다.

내년에도 현대차를 비롯해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 신차가 쏟아진다.

먼저 현대차의 준중형 해치백 i30(아이 서티)가 연초에 페이스리프트 모델을 내놓는다. 애초에 올 하반기에 등장했어야 할 신차다. 다만 신차가 2019년 하반기에 집중되는 현상을 막기 위해 출시 시점을 2020년으로 미뤘다.

싼타페 역시 내년 페이스리프트를 새로 선보인다. 최근 현대차가 내놓는 페이스리프트 대부분이 변화의 폭을 키우는 반면, 싼타페는 현행 디자인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후문도 이어진다. 지금도 충분히 잘 팔리고 있기 때문이다.

1세대 엘란트라에서 시작한 준중형차 계보는 내년에 7세대 아반떼(DN7)로 이어진다. 최근 쏘나타와 그랜저 등에서 선보인 이른바 ‘르필루즈’ 디자인 콘셉트를 이어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준중형 SUV 투싼 역시 상반기 중 4세대 풀모델 체인지가 등장한다.

하반기에 소형 SUV 코나 역시 디자인을 크게 개선한 ‘페이스리프트’를 계획 중이다.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도 내년이 바쁘다.

올 연말 출시를 예고했던 첫 번째 SUV인 GV80 출시가 2020년으로 미뤄졌다. 나아가 브랜드를 대표하는 준대형 세단 G80 2세대 모델도 내년 상반기 출시가 점쳐진다.

GV80의 아랫급으로 또 다른 SUV도 준비 중이다. GV70으로 이름 지어진 새 모델 역시 이르면 내년 하반기 늦어도 2021년 상반기 출시가 예정돼 있다.

▲올해 현대차가 신차 봇물을 이뤘다면 내년 주인공은 기아차다. 주력 SUV인 쏘렌토와 스포티지를 비롯해 미니밴 카니발이 4세대 모델로 풀모델 체인지된다. 엔트리급 SUV 셀토스를 통해 공개된 새 디자인 트렌드를 도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제공=기아차)

◇기아차는 쏘렌토와 카니발 출격 준비 중=올해 현대차가 신차 출시로 바빴다면 내년에는 기아차가 주인공이다.

주력 신차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바쁜 한 해를 보낼 것으로 전망된다.

먼저 내년 초 주력 SUV인 쏘렌토가 4세대 풀모델 체인지로 거듭난다. 현대차 팰리세이드에 버금갈 만큼 덩치를 키운 것으로 알려진 새 모델은 하이브리드를 포함한 친환경 라인업을 추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랫급 스포티지 역시 5세대를 준비 중이다. 최근 덩치 큰 SUV가 인기를 끌면서 스포티지 역시 스탠더드와 차 길이를 늘린 롱보디 버전을 준비 중이라는 소식도 흘러나온다. 데뷔는 하반기가 점쳐진다.

이 밖에 경차 모닝과 엔트리급 SUV 스토닉, 스포츠 세단 스팅어, 준중형차 K3도 페이스리프트 모델을 내놓는다. 모닝만 상반기 데뷔가 예정돼 있고, 나머지는 하반기에 등장할 것으로 관측된다.

무엇보다 내년 하반기에 등장할 국내 유일의 미니밴 ‘카니발’에 관심이 쏠린다.

신차 출시 주기와 관계없이 꾸준히 판매가 유지되는 이른바 ‘스테디셀링 모델’이다.

전통적인 ‘아빠 차’ 이미지가 강한 카니발은 최근 등장한 셀토스와 유사한 디자인으로 등장할 예정이다. 출시 시점은 본격적인 여름휴가와 설 연휴 등을 앞둔 6~7월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