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가 ETF(상장지수펀드) 과세 체계를 손본다. 해외 직구로 인한 자금 유출을 막기 위한 조치로 이르면 내년 4월 개정안을 확정할 전망이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내년 중 ETF와 관련된 불합리한 과세 체계 등을 분석해 개선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해외직구 수요를 국내로 흡수하고 국내 ETF 시장을 육성한다는 취지다. 다만 금융당국과 국세청, 국회 등의 협력이 필요한 만큼 실제 세법 개정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금융투자업계는 거래소의 이러한 움직임에 환영의 뜻을 밝히고 있다. 현재 국내 ETF 매매의 경우 상품 간 손익 통산이 되지 않고 금융소득 종합과세까지 부과돼 국내 투자자들에게 부담이 크다.
가령 해외에 상장한 ETF를 거래할 경우 양도소득세(22%)만 내면 되지만 국내 상품은 종합과세(금융소득 2000만 원 이상)가 추가로 부과돼 실제 40% 넘는 세율이 적용된다. 또 해외 매매 시에는 손익통산이 돼 순이익에 대한 세금만 내면 되지만 국내는 적용되지 않아 ‘역차별’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되는 실정이다.
김남기 미래에셋자산운용 본부장은 “국내 ETF가 해외와 비슷한 수준의 과세만 되도 매매하기가 훨씬 편해질 수 있다”며 “특히 해외 투자는 환전수수료 등의 비용이 추가로 들기 때문에 투자자 입장에서 국내 ETF가 오히려 유리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금융산업 발전에서도 과세체계 개선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현행 불합리한 과세체계가 국내 ETF 시장의 성장을 저해한다는 지적도 제기돼 왔다. 거래편의성과 낮은 위탁수수료를 강점으로 이미 해외 ETF 시장 규모는 빠르게 크고 있다. 반면 한국의 ETF시장 순자산 규모는 49조8816억 원(20일 기준)으로 선진 국가들에 비해 성장률이 저조하다.
배호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ETF 자산 규모는 1월 이후에만 1조 달러(한화 1164조 원) 이상 증가하며 9월에는 6조 달러(6984조 원)를 돌파했다”며 “미국에 상장된 ETF의 자산 규모는 1월 이후 9072억 달러(1055조 원) 증가했는데 계속해서 늘어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한국거래소는 내년 공청회를 개최해 당국을 비롯해 업계와 개선안에 대한 토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주요국과 국내 ETF 과세체계를 비교하고 분석해 문제점을 확인하고, 소득세법 등 개정 사항에 대한 구체적인 개선안을 마련할 계획”이라며 “해외 직접 투자가 급증하고 있는데 이들을 국내 시장으로 흡수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