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 경찰본부 찾아 “위법 행위자, 법에 따라 체포해야”

입력 2020-01-01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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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행정 수반인 캐리 람(林鄭月娥) 행정장관이 2020년도 신년사에서 ‘어려움 극복’을 강조하며 시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겠다고 다짐했지만, 경찰 지지 입장은 굽히지 않았다.

캐리 람 행정장관은 1일 신년사에서 “2019년 우리는 전례 없던 어려움을 겪었으며,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추진으로 빚어진 혼란은 6개월이나 이어졌다”며 “이제 우리는 이 어려움을 끝내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람 장관은 “행정장관으로서 나는 나의 책임을 회피하지 않을 것이며, 사태를 해결할 방안이 있다면 이를 겸허하게 듣고, 홍콩 사회의 문제와 뿌리 깊은 갈등에 대해 면밀하게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우리가 직면한 어려움을 극복하고 홍콩을 새롭게 건설할 수 있을 것”이라며 “2020년을 사회의 질서와 화합을 회복하겠다는 새로운 결의로 시작하자”고 역설했다.

하지만 람 장관은 홍콩 경찰에 대한 굳건한 지지를 보여주는 행보를 이어갔다. 람 장관은 지난해 말 완차이에 있는 경찰본부를 찾아 경찰들에게 직접 배식하며 경찰들을 격려했다.

당시 람 장관은 “경찰이 없었다면 우리는 큰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라며 “위법행위자를 법에 따라 체포하는 것만이 우리가 걸어야 할 길이며, 이를 통해 정의를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그는 “지난 7개월 동안 홍콩 경찰은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 여러분 모두가 흘린 땀과 피와 눈물로 우리의 앞날을 밝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 현장에 있던 경찰들의 열렬한 박수를 받았다.

람 장관의 경찰 지지에도 홍콩 시위대는 지난 7개월 동안 시위 진압 과정에서 경찰의 폭력과 위법 행위를 조사해야 한다고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다. 이는 시위대의 핵심 요구 사항으로, 홍콩 친중파 진영에서마저 정국 안정을 위해 해당 요구만큼은 받아들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람 장관은 독립 조사위 대신 경찰민원처리위원회(IPCC)를 통해 경찰의 진압 과정을 조사하겠다고 밝혔지만, IPCC에 참여해온 외국인 전문가들이 조사 권한 부족을 이유로 집단 사임하면서 진통이 이어지고 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맬컴 리프킨드 전 영국 외무장관, 찰스 마웅 보 아시아주교회의연합회(FABC) 의장 등 영국, 미국, 호주, 캐나다, 아일랜드, 리투아니아, 미얀마 등 각국 저명인사 38명은 람 장관에게 공개 서한을 보내 홍콩 경찰의 진압 과정을 조사할 것을 촉구했다.

올해 6월 유엔자유권규약위원회는 홍콩 정부가 인권 보장에 관한 국제 협약을 제대로 지키고 있는지 조사할 예정이다. 유럽연합(EU)은 홍콩의 인권 탄압에 책임 있는 인사를 제재하는 미국의 ‘홍콩 인권 민주주의 법’과 유사한 법안을 추진하고 있으며, 호주도 이와 관련해 공중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한편 시위 장기화로 홍콩을 찾는 관광객이 급감해 지난해 11월 홍콩 방문 관광객 수는 265만 명에 그쳐 전년 동기 대비 56% 급감했다. 이는 지난해 10월의 감소율 43.7%보다 더 악화한 수준으로, 사스(SARS,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가 유행했던 2003년 4월과 5월의 60%대 이후 최대 수준의 관광객 감소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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