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소기업 100' 사업 산학연 전문가 39명 모두 남성…‘예비 유니콘’도 마찬가지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가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대표적인 사업들에서 심사위원 전원을 남성으로 구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중기부가 중소기업 지원사업 평가위원 30%를 여성위원으로 한다고 발표한 지 1년 반이 지났으나 실행률은 0%로 드러난 셈이다.
6일 이투데이가 이종배 자유한국당 의원실과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확인한 자료에 따르면 ‘소재·부품·장비 강소기업 100(강소기업 100)’, ‘예비 유니콘’ 사업 평가위원 전원이 남성으로 나타났다.
강소기업 100은 소재·부품·장비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강소기업 100곳을 선정해 5년 동안 기업당 최대 182억 원을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사업이다. 중기부는 지난달 55개사를 선정했으며 나머지 45개사는 올해 선발할 예정이다. 중기부는 산학연 전문가 39명으로 구성된 심층평가단이 80개 기업을 1차로 선정케 했고, 100명의 ‘국민심사배심원단’이 최종평가하도록 했다. 심층평가단 39명은 모두 남성이었으며 국민심사배심원단 100명 중 여성은 18명이었다.
중기부 관계자는 “심층평가단에 여성 연구원을 포함하려 노력했으나 분야의 특성상 쉽지 않았다”며 “대신 국민심사배심원단에 지원한 865명 중 여성이 65명이었는데 지원 수 대비 최종 여성 심사위원 비율을 늘렸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4월 만들어진 ‘예비 유니콘 특별보증’은 유니콘으로 성장 가능성이 있는 기업을 대상으로 스케일업(Scale-Up) 자금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중기부는 기술보증기금과 함께 지난해 상반기와 하반기에 각각 13개, 14개 기업을 예비 유니콘으로 선정했다. 이들 기업은 업체당 최대 100억 원(총 755억 원)을 지원받게 된다.
예비 유니콘의 상반기 심사에 참여한 7명, 하반기 심사에 참여한 10명 모두 남성으로 확인됐다. 특히 상반기 심사위원 구성은 성별뿐 아니라 연령에서도 쏠림 현상이 나타났다. 7명 중 40대는 1명이었으며 나머지 6명은 50대다. 벤처 기업의 성장 잠재력을 50대 남성의 시선에 국한해 평가받는 셈이다.
이들 사업 외에 중소기업 제품을 국가 차원에서 공동으로 육성하는 사업인 ‘브랜드K’ 역시 지난해 39개 업체를 선정했는데 평가위원 6명 중 여성은 한 명에 불과했다. 중기부는 올해 브랜드K 60개를 추가 선정할 방침이다. 수행기관인 중소기업유통센터에 따르면 945개 기업이 추가 선정에 지원했고, 이달 10일부터 적격심사에 돌입한다. 서면평가와 품평회에 참여하는 심사위원에 관해서 중소기업유통센터 관계자는 “5~7명으로 구성을 준비 중이며 중기부와 협의해 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기부는 홍종학 전 장관 재임 때인 2018년 5월 ‘2018년 여성기업활동 촉진에 관한 기본계획’을 확정해 발표했다. 기본계획은 정부 지원사업에 ‘여성차별 금지’를 명시하는 등 여성기업에 관한 차별하는 관행도 줄여 가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를 이행하기 위해 정부의 중소기업 지원사업에서 여성 기업이 차별받지 않도록 지원사업의 평가위원 중 여성위원을 30% 이상 포함하기로 했다.
결과적으로 이 같은 안은 공염불에 불과하게 됐다. 기본계획이 발표된 지 1년 반이 지나고, 장관으로 박영선 장관이 취임했는데도 중기부는 심사위원 성비 구성에 소홀한 모양새다.
전문가들은 여성 심사위원 확대를 실행에 옮기는 방편으로 여성 경제 단체와 협업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박미경 한국여성벤처협회장은 “여성 전문가 풀(pool)이 부족해 나타나는 어려움은 알지만, 그런 어려움이 있으면 협회를 통해 정책을 구체화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한국여성벤처협회나 한국여성경제인협회를 통해 추천을 받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정윤숙 한국여성경제인협회장도 “지난 한 해 예산 확보에만 몰두하다 보니 미처 신경 쓰지 못한 문제”라며 “우리 협회를 통해 여성 심사위원을 추천하는 방안을 중기부에 건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제대로 된 심사를 위해서도 여성 심사위원을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 회장은 “40대 이상 남성을 더는 소비자로 여기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여성이 주요 소비 주체인 분야가 다반사”라며 “예비 유니콘 사업처럼 벤처 분야의 경우 더욱 그렇다”고 설명했다. 이어 “남성이 잘 이해하지 못하는 사업 아이템을 정확하게 평가하려면 여성 심사위원이 확대돼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