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수지 흑자감소폭 대폭 축소, 노재팬에 여행수지 등 개선세 지속..연간전망치 초과달성
경상수지 흑자폭은 전년 동월 대비 9개월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흑자 행진은 7개월 연속 지속했다. 반도체 부진에 수출 부진이 계속됐지만 상품수지 흑자폭 감소세가 크게 줄어든 데다, ‘가지 않습니다’로 대표되는 노재팬(일본 불매) 운동에 여행수지 적자 규모 축소세가 지속되는 등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연간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이미 한국은행 연간전망치 570억 달러를 초과 달성했다는 관측이다. 향후 경상수지를 좌우할 변수로는 반도체값 반등과, 최근 일촉즉발의 전운이 감도는 미국과 이란 간 갈등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을 꼽았다.
7일 한은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경상수지는 59억7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견줘 8억4000만 달러(16.5%) 증가한 것이다. 아울러 5월부터 이어진 흑자행진을 이어갔다.
우선 상품수지 흑자 규모는 73억9000만 달러로 전년 동월보다 1억5000만 달러 줄었다. 전년 동월 대비 9개월째 감소세나 감소폭은 이들 기간 중 가장 적었다.
수출은 465억 달러로 전년 동월(518억1000만 달러) 대비 10.3% 줄어 12개월째 감소세를 지속했다. 글로벌 교역과 제조업이 위축된 데다 반도체값 등 하락이 부진의 원인이 됐다. 실제 11월 반도체 수출물가지수는 전년 동월보다 33% 급감했다.
수입은 391억1000만 달러로 전년 동월(443억1000만 달러)보다 11.7% 줄었다. 역시 7개월 연속 감소세다. 최근 국제유가가 오름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통관기준으로 보면 수출은 전년 동기보다 14.4% 감소한 440억5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선박(전년 동기 대비 -63.0%)과 반도체(-30.9%) 등을 중심으로 감소한 반면, 가전제품(4.4%), 정보통신기기(1.6%) 등은 증가했다.
수입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3.0% 줄어든 407억2000만 달러를 보였다. 원자재(-19.2%), 자본재(-6.0%), 소비재(-5.3%) 등이 감소했다.
서비스수지 적자폭은 전년 동월(21억9000만 달러) 대비 13.7% 감소한 18억9000만 달러를 보였다. 중국인(유커)과 동남아인 관광객이 증가한 반면, 내국인의 일본 출국자수가 급감하면서 여행수지 적자폭이 전년 동월보다 4억 달러 줄어든 9억5000만 달러를 기록한 것이 주된 영향이었다.
실제 11월 입국자수는 146만 명으로 전년 동월보다 7.9% 증가한 가운데, 중국인 입국자수는 25% 증가한 51만 명을, 동남아인은 7.5% 늘어난 41만 명을 기록했다. 반면, 일본인 입국자수는 13.8% 줄어든 26만 명이었다. 내국인의 일본행 출국자수는 65.1% 급감한 21만 명에 그쳤다.
본원소득수지 흑자 규모는 전년 동월 3억4000만 달러에서 9억7000만 달러로 확대됐다. 유가상승에 정유회사들의 수익이 부진하다 보니 배당금 지급이 감소한 탓이다.
박동준 한은 국제수지팀장은 “경상수지가 전년 동월 대비 9개월 만에 증가로 전환했다. 상품수지 마이너스폭이 불과 1억 달러 정도에 그친 데다, 나머지 항목인 서비스수지나 본원수지가 개선됐기 때문”이라며 “상품수지 부진이 끝물인지는 몇 개월이 지나봐야 알겠다. 기저효과적인 측면이 있어 플러스로 전환돼 몇 개월은 흘러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올 들어 11월까지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556억4000만 달러다. 12월 통관수지가 20억 달러는 되고 통상 경상수지는 이보다 10억 달러에서 30억 달러 많다는 점에서 한은의 올 경상수지 전망치 570억 달러 흑자는 이미 달성했다”고 덧붙였다.
반면 반도체값 상승과 국제유가 상승은 경상수지 흑자폭을 각각 늘리고 줄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 다른 한은 관계자들은 “수출 주력품목인 반도체 가격이 오를 경우 수출개선에 따라 경상수지 흑자폭을 키운다. 반면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로 국제유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국제유가가 10달러 오르면 현재 수출과 수입물량에 변동이 없다는 가정하에 단순계산 시 연간 경상수지 흑자폭을 90달러 정도 줄이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계정은 53억4000만 달러 순자산 증가를 기록했다. 그만큼 외국인이 국내에 투자한 것보다 내국인이 해외에 투자한 규모가 많다는 것이다.
외국인 국내증권투자는 18억8000만 달러 감소로 전환했다. 특히 주식시장에서 25억5000만 달러를 빼 넉 달 연속 자금유출을 기록했다. 이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신흥시장지수 비중 조정에 따른 영향이 이어진 때문이다. 채권투자자금인 부채성증권은 6억8000만 달러 투자해 10개월째 순유입을 기록했다. 반면, 내국인의 해외증권투자는 29억5000만 달러로 석 달 연속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