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중징계 불가피" vs 은행 "법적 근거 불명확"
대규모 원금손실을 낸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에 대한 제재심의위원회가 이번주 열린다.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과 함영주 하나금융 부회장에게 사전 통보된 중징계 안이 확정될지가 관건이다. 금융감독원은 이번 사태를 내부통제 문제로 규정하고 최고경영자(CEO) 중징계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하지만, 우리ㆍKEB하나은행은 제재 근거가 없다며 맞서고 있어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CEO 아니면 누가 책임?"vs "제재 근거 불명확"= 제재심은 재판과 비슷하다. 금감원 조사부서와 제재 대상자가 함께 출석해 의견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금융당국 4명과 민간위원 5명으로 구성된 제재심 위원들이 이들의 의견을 종합해 제재 수위를 결정한다. 사안이 엄중한 데다, 은행 반론도 만만치 않아 제재심은 30일 한 차레 더 열릴 것으로 금융당국은 보고 있다.
관심은 두 CEO에 대한 제재 수위다. 앞서 금융당국은 중징계에 해당하는 '문책 경고'를 통보했다. 임원이 중징계를 받으면 연임은 물론 3∼5년간 금융권 취업이 제한된다.
대형 로펌과 손잡고 대응책을 마련 중인 은행들은 법적 근거가 불명확하다고 주장한다.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에 따르면 내부통제기준은 기관이 마련하고, 준수 여부는 준법감시인이 한다. 규정만 놓고 보면 내부통제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CEO를 제재하긴 어렵다. 더욱이 은행들은 상품 판매 결정을 부서장 전결로 처리한 만큼, CEO에 책임이 없다고 말한다. 함 부회장도 지난해 국정감사 당시 “개별적 상품에 대해 보고받은 적 없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금감원은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 기준'을 마련하지 못했으므로 기관장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앞서 앞서 2018년 삼성증권 배당사고 때도 같은 이유를 들어 전ㆍ현직 대표이사 4명에게 해임 권고를 내렸다. 게다가 KEB하나은행이 감사를 앞두고 관련 서류를 삭제한 사실은 은행 측에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번 사태는 본점 차원의 과도한 영업과 내부통제 부실에서 비롯됐다며 "은행장을 포함한 경영진이 이를 인지하지 못했을 가능성도 작다는 점을 고려하면 CEO 중징계는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손 회장 연임, 징계 효력 시점이 관건= 이번 징계 수위에 관심이 쏠리는 건 손 회장의 연임 키를 쥐고 있기 때문이다. 핵심은 제재심 효력 발생 시기다.
지난달 우리금융 임원추천위원회에서 만장일치로 차기 회장 단독 후보에 오른 손 회장은 오는 3월 주주총회를 통해 연임이 결정된다. 만약 제재심 결론이 늦게 내려지거나, 징계안 최종 결정을 내리는 금융위 정례회의가 주총 이후에 열린다면 연임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주총 이전 결론이 나면 손 회장 연임에도 제동이 불가피하다. 이 경우 그가 낼 수 있는 카드는 행정 소송이 유일하다. 지난해 삼바 사태 당시 법원은 제재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였다. 이번에도 우리금융이 행정소송을 내면 인용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다만 우리금융이 소송에 나서면 금융당국과 전면전을 선포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 은행 관계자는 "올해 우리금융은 증권ㆍ보험사 인수를 계획하고 있는데, 인허가권을 지닌 금융당국과 대립각을 세우는 건 부담스러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