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행사장에서 만난 한 석유화학 업체 대표에게 "올해 사업 구조조정 계획이 있냐"고 묻자 돌아온 답변이다. 웃으며 넘겼지만, 한동안 이 말들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무엇보다 구조'재'조정이란 표현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구조조정을 영어로 쓰면 'restructure'다. 어떤 조직을 다시(re) 구축한다(structure)는 뜻이다. 구조조정이란 단어에도 이미 '다시'의 뜻이 담긴 것이다.
이 대표가 말한 구조재조정을 영어로 번역한다면 're-restructure'쯤이 될 것이다. 불가능한 단어다.
그는 구조재조정의 일례로 "인력들을 보다 역점 사업에 전진 배치하는 것"을 들었다.
추론해보면 구조재조정은 구조조정과 달리 인력이나 사업부의 이동만 있을 뿐, 감축이나 처리는 없는 절차다.
한마디로 '들어내는' 작업이 있으면 구조조정, 그렇지 않으면 구조재조정인 셈이다.
여기에는 '구조조정=인력 감축'의 공식으로 통하는 한국 사회의 비뚤린 시각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과거 외환위기(IMF)와 함께 밀려들어온 '신자유주의'를 등에 업고 거센 칼날처럼 휘두른 구조조정이라는 상흔이 여전히 국민들 무의식에 남아있는 영향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경영학에서는 구조조정을 '들어내기'로만 정의하지 않는다.
한편에 성장성이 희박한 사업분야의 축소나 폐쇄, 중복성 사업의 통폐합, 인원 감축, 소유자산의 매각처분 같은 '수동적 구조조정' 기법이 있다면, 다른 한쪽엔 '능동적 구조조정'도 있다.
국내외의 유망기업과 제휴해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거나, 전략적으로 다른 사업 분야와 공동사업을 추진하는 식이다.
핵심은 효율화다. 이 무지막지한 '혁신의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전자보단 후자에 방점을 찍어야 하고, 같은 맥락에서 구조조정은 더 이상 외면하고 도망쳐야만 하는 대상일 수도 없다.
구조조정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