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작은출판문화연구소, 1인 출판사ㆍ독립작가 콘텐츠 개발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작은 서점, 독립출판사들이 많습니다. 서점에서 받아주지 않는 등 유통 문제 때문에 출판업을 유지하지 못하는 이들이 대부분이죠. 1인 출판사, 독립출판사들이 이러한 제약을 극복할 수 있도록 유통구조가 개선돼야 합니다.”
김새봄 한국작은출판문화연구소(이하 연구소) 소장은 최근 서울 영등포구 이투데이 사옥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연구소의 역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연구소는 1인 출판사ㆍ독립 작가ㆍ작은 책방 등을 위한 연구·조사 활동과 새로운 플랫폼ㆍ콘텐츠 개발에 특화된 단체다. 이달 2일 정식 출범했다.
김 소장은 ‘새봄출판사’ 대표다. 대학을 졸업하기 전 출판사를 차려 책을 만들기 시작해 12년째 출판 산업에 종사하고 있는 그는 ‘작은’ 영역의 출판시장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몸소 깨닫게 됐다.
“‘작은 출판’ 문화가 현실 속에서 좌절되지 않고 올바르게 발전해 나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고 싶습니다. 환경 안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 중 한 명으로서 많은 사람들이 함께 살 길을 찾는 방법을 모색해야 했으니까요.”
최근 10년간 ‘독립출판’이라는 이름 아래 작은 출판사와 작은 서점들이 생겨났다. 책을 대량으로 인쇄하던 시대가 지나고 소량이지만, 다양한 책을 펴낼 수 있는 시대가 됐다. 페미니즘 혹은 반페미니즘처럼 주제 의식이 분명한 책부터, 기존 형식을 벗어난 다양한 양식의 책까지 자체적으로 양산됐다.
하지만, 이 무시할 수 없는 문화 현상은 ‘작은출판’이라는 이름 아래 거부됐다. 김 소장은 “자본은 대중의 입맛에 맞는 것만 찾는다”라며 “이 자본이 하지 못하는 것들을 독립출판이 하고 있지만, 서점 안에 입점조차 되지 못하는 경우도 태반이다”라고 지적했다.
급변하는 출판시장 안에서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유통망이 새롭게 펼쳐지고 있다는 것이다. 김 소장은 여기에 주목했다. 서점에서 거부당하면 SNS로, 국제표준도서번호(ISBN)를 발급받지 않아 도서관에 들어가지 못해도 작은 서점에서 독자를 만나면 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통상적으로 ISBN을 등록하지 않은 책을 독립출판이라고 합니다. 왜 달지 않느냐고 물으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ISBN을 달면 국립중앙도서관에 납본해야 하고, 그럼 도서관에서 영구보존을 합니다. 그래야 바코드가 생겨 유통될 수 있으니까요. 국제적으론 ISBN을 달 것을 장려하지만, 어떻게 달지 모른다는 이들이 정말 많습니다. ISBN를 달려면 출판 신고도 해야 하는데, 이 역시도 잘 모르겠다고 하더라고요. ISBN을 달지 않은 책들은 저작권 보호를 받지 못해요. 이들도 저작권 보호를 받고 유통할 수 있도록 장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김 소장은 독립출판 업계가 상생해야 한다는 바람에서 지난해 6월 ‘풀뿌리독립출판협회’를 설립하기도 했다. 처음엔 ‘한국독립출판협회’라는 이름으로 출발했지만, 독립출판 대표성에 대해 의문을 던지는 이들 때문에 협회명을 바꿨다. 김 대표는 “독립출판 전체를 대변하는 것을 거부한다”라며 “독립출판 활동하는 이들의 어려움을 경청하고 함께 힘을 모아 의견을 개진하는 게 궁극적인 목표”라고 말했다.
“풀뿌리독립출판협회는 협회의 설립 목적에 동의하는 여러 사람들이 함께 어우러져 즐겁고 의미 있는 ‘판’을 짜는 단체고, 함께 어려움을 극복해나가는 곳입니다. 한국작은출판문화연구소에선 출판 전문가들의 연구 활동이 이뤄지고 있어요. 곧 ‘시 플랫폼’이 나와요. 우리나라는 여전히 서점에서 시집을 구매해서 읽는 유일한 나라입니다. 매달, 매 계절마다 문예지에서 발표되는 시들을 모아서 볼 수 있는 플랫폼이 있다면 독자들이 반기지 않을까요? 출판사에는 문예지 판매에 도움을 주고, 작가들에게는 시 창작으로 인한 금전적 보상을 주는 시스템을 제공하려고 합니다.”
김 소장은 죽어가는 종이책 시장을 살리기 위해 협회와 연구소가 앞장설 것이라고 자신했다. “독립출판이라는 말 자체가 생소할 때 시작했어요. 제가 처음 내놓은 게 필사책이었죠. 책 안에 필사할 수 있으며, 필사의 중요성을 강조한 책은 많았지만 책 안에 소설을 통째로 넣어 필사할 수 있도록 만든 책은 생소했어요. ‘나의 첫 필사노트’를 생각해 내놨는데, 베스트셀러까지 올랐어요. 이러한 인식의 전환 등 제가 경험한 것들을 나누고 서로 발전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