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전세값, 매매값보다 상승률 앞질러
설 이후 봄 이사철을 앞두고 전세시장 불안이 커지고 있다. 12ㆍ16 부동산대책 영향으로 전세공급이 줄고 있는 가운데 후속 대책으로 고가주택 보유자의 전세 대출까지 제한되면서 불확실성이 확대된 데 따른 것이다.
가뜩이나 공급 물량보다 수요가 많은 상황에서 남발된 부동산 대책이 수급 불균형을 심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9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셋값 상승률은 0.11%로 매매가격 상승률(0.04%)을 훌쩍 웃돌았다. 강남과 목동 등 주요 학군지역을 중심으로 강세를 보이는 모습이었다. 강남구(0.23%)는 대치ㆍ일원동, 서초구(0.22%)는 반포ㆍ서초동 등 인기 학군지역 위주로 상승했으며 양천구(0.33%)도 목ㆍ신정동 위주로 올랐다.
한국감정원 관계자는 “겨울방학 이사철이 끝나고 학군수요가 소진된 상태지만 여전히 시장에 매물은 부족한 상황”이라며 “규제가 강화되면서 매매하려던 수요자들이 임대시장에 머물면서 전세 수요는 커지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전셋값 상승세가 지속되면서 KB부동산이 집계한 서울 아파트 주간 전세가격지수가 100.5(13일 기준)까지 치솟았다. 이는 2008년 4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실제 전세거래 현황을 살펴봐도 전셋값 상승세는 심상치 않다.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 전용 84㎡ 전세가 지난달 15억 원에 거래된 것이다. 두 달 전만 하더라도 이 전용의 전세가는 13억8500만 원)이었다.
목동의 경우 전세 매물이 동이 나면서 실거래를 찾기 어려운 상황에서 호가가 지속 상승하고 있다. 목동2단지 전용면적 95㎡ 전셋값은 지난달 8억700만 원을 나타냈는데 이는 지난해 7월(6억 원)보다 약 2억 원가량 오른 수준이다. 이달 현재 호가는 이보다도 2000만~3000만 원 높은 수준이다. 목동 3단지의 전용 95㎡의 전세는 10월 6억5000만 원에서 12월 8억 원으로 1억5000만 원이 오른 가운데 최근 호가가 5000만 원 가까이 올랐다.
전문가들은 12ㆍ16 대책의 부작용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략연구부장은 “12ㆍ16 대책 영향으로 집을 사는 대신 전세로 눌러앉는 수요가 많아졌다”며 “전셋값 상승이 장기적으로 매매가격을 부추길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전셋값 상승 현상은) 자금 여력이 충분하지 않은 일반 수요자들에게 잠재적인 폭탄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시작에 불과하다. 내일(20일) 전세대출 규제 시행을 기점으로 12ㆍ16 대출 규제가 본격 가동되기 때문이다. 시가 9억 원 초과 고가 1주택 갭투자자를 겨냥한 전세대출 규제로 인해 전세시장이 또 한 번 출렁일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전세 대출 증액이 불가능해진 집주인이 실거주를 선택할 경우 기존 세입자들이 연쇄적으로 다른 집을 구해야 하는 상황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이는 수급 불균형을 크게 악화시킬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강남 대치동 S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대책 발표 뉴스가 나오자 전세계약을 빨리 해달라는 문의전화가 쏟아졌지만 주말을 끼면서 사실상 대처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면서 “봄 이사철을 앞두고 인기 지역을 중심으로 전셋값 불안이 심각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